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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얼마나 많이 아팠니"…윤 일병 어머니의 '눈물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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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얼마나 많이 아팠니"…윤 일병 어머니의 '눈물 편지'

입력
2014.08.0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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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열린 윤일병 사망 관련 추모제에 참석한 윤일병 어머니가 글을 읽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8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열린 윤일병 사망 관련 추모제에 참석한 윤일병 어머니가 글을 읽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선임병들의 가혹한 구타로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모(20) 일병 추모제가 8일 오후 8시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열렸다. 추모제에는 군 의문사와 자살자 유족들과 시민 수백명이 참가했다. 이들 앞에 선 윤 일병의 어머니는 “제2의 윤 일병이 나오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전한 편지 형식의 전문을 공개한다. 어머니는 이 글을 읽는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사랑하는 나의 아들 OO야.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지.

네가 하느님 품으로 떠난 지가 벌써 네 달이 지나고 있구나. 사랑하는 아들아. 엄마는 네가 떠난 뒤 시간을 어떻게 살아냈는지. 제발 꿈이었다면. 하루하루 슬픔의 나날을 보내고 있단다.

4월 6일 의식 잃고 병원 이송된다는 비보를 듣고도 귀를 의심했단다. 훈련소 퇴소식 이후로 한 번 면회도 못 하고 얼마나 우리가 보고 싶었으면 하느님이 이렇게라도 네 얼굴을 보여주시려는 거 아닐까. 설마 설마 하며 병원으로 갔단다.

그런데 너무나 참혹한 모습으로 병실에 누워 있는 너의 모습을 보고 하늘이 노래지고 세상이 정지된 것 같은 착각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많이 아팠니. 엄마랑 통화할 때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내가 4월 5일 면회 간다고 4일 전화했을 때 “엄마 오지 마 오지마 4월은 안 돼”라고 해도 미친 척 하고 부대 찾아갔더라면.

그러나 면회가 안 된다는데 찾아가면 혹시 너에게 불이익 갈까 봐 엄마는 주저앉고 말았다. OO아 정말 미안하다. 바보 같은 엄마 용서해다오.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윤 일병과 군 인권 피해자 추모 문화제에서 윤 일병의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윤 일병과 군 인권 피해자 추모 문화제에서 윤 일병의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셨던 보물 나의 아들 OO아. 자라면서 엄마에게 큰소리 내지 않고 너는 엄마 아빠한테 꾸지람 한 번 안 들은 다정하고 착한 아들이었지. 네 존재만으로 엄마 아빠에겐 살아가는 이유였단다.

엄마 속상해하면 살며시 다가와 ‘엄마 조금만 참아’라고 속삭이던 아들. 다리 아프다면 누나들보다 먼저 다가와 시원하게 아픈 곳 주물러주던 아들아. 방학이면 하루 쉬는 날 없이 개학 전날까지 아르바이트 해서 학비, 생활비는 물론이고 엄마 아빠에게 용돈 두둑이 챙겨주던 속 깊은 아들이었던 너. 너는 마지막으로 엄마 아빠 얼굴도 못 보고 하늘나라로 가버렸구나.

OO아. 내가 고통도, 슬픔도 없는 천국에서 평안하게 이제는 정말 편히 쉬렴. 모든 가족들은 너의 안타깝고 슬픈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정확한 진실이 규명되기를 바란단다. 너의 죽음을 통해 다시는 억울한 죽음을 당할 제2의 윤일병이 나오지 않기를 기도한단다. 엄마 아빠는 천국에서 기쁨으로 만날 날을 생각하며 살아가련다. 보고 싶은 아들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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