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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낙화놀이

입력
2014.08.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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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삼아 전북 무주에 다녀왔다. 덕유산과 구천동 계곡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충남ㆍ북, 경남ㆍ북 지역과도 접해 있어 예로부터 말투와 음식 등에서 ‘3도 소통’이 활발했던 곳이다. 산간 마을의 풍광이 고향 문경과 닮아서인지, 강원도 다음으로 자주 발길을 옮기게 된다.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거나 낚시나 천렵으로 시간을 보냈지만 올해는 달랐다. 태풍 ‘나크리’가 몰고 온 비 때문에 종일 방안에 틀어 박혔다가 궁여지책으로 ‘두문마을 낙화놀이’ 구경에 나섰다.

▦ 처음 안내 팸플릿을 볼 때만 해도 ‘꼬마 나이아가라’쯤이려니 하는 생각이었다. 10여 년 전 6년 동안 일본에 머무는 동안 한 해도 스미다가와 불꽃놀이 대회를 비롯한 도쿄의 3대 불꽃놀이 축제 가운데 하나는 빠뜨리지 않고 구경했다. 당시 폭발적 인기를 누린 게 바로 ‘나이아가라’라는 이름의 꽃불이었다. 발사대를 떠난 수백 발의 꽃불 포탄이 밤하늘에 자로 잰 듯 정확히 옆으로 줄지어 터지고, 등황색 꽃불이 길게 쏟아져 내렸다. 거대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연상시키는 장관이었다.

▦ 그에 비해 산골 마을 작은 저수지 위를 가로지른 철사에서 불티가 떨어져 내리는 광경을 즐기는 낙화놀이는 보잘것없게 여겨졌다. 그러나 날이 완전히 어두워진 뒤에야 시작된 낙화놀이에 깊이 빠져드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가늘고 작게 마디지어 일제히 떨어져 내리는 불티는 폭포를 그리지 않았다. 그 대신에 바닷속을 번쩍이며 달리는 청어 떼, 벌판을 달리는 야생마 무리, 밤하늘의 유성우, 바람에 쓸리는 억새 밭 등으로 수시로 바뀌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몽환(夢幻)’이란 말을 저절로 떠올렸다.

▦ 화약을 쓰지 않는데도 불티가 튀듯 떨어질까 하는 의문은 연료인 숯가루에 소금을 섞는다는 말에 바로 풀렸다. 쥐불놀이 불 깡통에 소금을 넣어 본 사람은 다 아는 이치다. 약쑥과 뽕잎을 숯가루에 섞는 것도 절묘하다. 우선 은은한 향기를 퍼뜨린다. 또 숯가루를 싼 닥종이를 단단히 꼬는 것과 함께 불이 타 들어가는 속도를 늦춘다. 오래도록 전해져 내려온 조상들의 지혜다. 함안의 낙화놀이나 안동의 ‘줄불놀이’와 비슷하지만 불티의 궤적 길이 등이 달라 저마다 정취가 별나다고 한다. 그 차이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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