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치차오 지음ㆍ최형욱 옮김
글항아리 발행 · 284쪽 · 1만5,000원
19세기말, 20세기초의 중국 지식인 량치차오(梁啓超)는 일본 제국주의에 유린당하는 조선을 어떻게 보았을까. ‘량치차오, 조선의 망국을 기록하다’는 당시 조선에 대한 량치차오의 생각을 보여주는 글들을 모은 책이다.
책은 조선 말의 역사를 시기적으로 구분하고 조선 내부 사건 및 조선과 제국주의 열강의 관계를 분석한다. 일본제국주의를 비난하면서도 고종, 순종 등 당시 조선 임금의 실정과 양반 계층의 국가의식 부재, 열악한 국민성 등을 비판하는 게 눈길을 끈다. 특히 순종이 1910년 한일병합 직전 황제 즉위 4주년 기념 연회를 여는 것 등을 보며 조선 지도층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안중근 같은 이는 1,000만 명 중 한 명 있을까 말까”라고 적어 안중근 의사를 칭찬한다.
조선이 멸망하는 시기에 일본이 취한 전략과 행적들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적었다. 일본의 대조선 전략이 러시아나 중국의 그것보다 더 치밀하고 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세계사의 조류에 대응하지 못한 조선의 무능을 꼬집은 점은 새겨들어야 하지만 조선에 대한 지나친 비판이나 조선을 일본에 빼앗겼다는 중국의 제국주의적 태도는 충분히 감안해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 당시 중국 지식인들이 조선에 편파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창목 인턴기자(가톨릭대 생명과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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