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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이라크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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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이라크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입력
2014.08.0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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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내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을 피해 7일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국가 수도인 아르빌의 성 요셉 교회 마당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기독교인 가족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르빌=AP 연합뉴스
이라크 내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을 피해 7일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국가 수도인 아르빌의 성 요셉 교회 마당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기독교인 가족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르빌=AP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은 8일 하루 종일 긴장감이 팽팽했다.

오전 10시께 웨스트윙 지하 백악관상황실에서 국가안보회의가 소집돼 이라크 급박한 상황에 대한 브리핑이 진행됐다. 전날까지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는 쿠르드 자치정부의 정예군 페쉬메르가까지 패퇴시켜 이라크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라크 북부 기독교도 10만여명이 피란길에 올랐고 야지디족 수만명은 5일 동안 고립되는 인도주의적 위기까지 발생했다. 국가안보회의에는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외유로 불참한 가운데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회의 사진은 오전 10시37분을 가리켰다.

회의 이후 백악관 주변에는 공습 임박 관측이 무성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내가 대통령의 생각을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습을 숙고 중인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이날 워싱턴 인근에서 열린 유일한 외부행사 연설에서도 전혀 공습을 시사하지 않았다. 다만 그와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이 수시로 숙의를 하는 모습이 목격돼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렸다. 오바마는 지난해 9월 시리아 공습 결정을 앞두고도 맥도너 실장과 백악관을 45분간 산책한 바 있다.

저녁 무렵, 뉴욕타임스가 쿠르드 자치정부의 발표를 근거로 IS에 대한 공습이 단행됐다는 보도를 먼저 내보냈다. 국방부가 이를 부인하고, 실제 공습은 이라크 공군이 감행한 것으로 드러나자 공습설은 잦아드는 듯했다. 하지만 밤 9시30분 오바마가 “두 개의 작전을 승인했다”고 전격 발표, 이라크 철군 3년 만의 미군 재개입은 현실로 나타났다.

미군의 공습은 오바마의 공습 승인 후 수 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미군 F/A-18 전투기 두 대는 IS 반군의 이동식 야포와 야포 운반트럭에 500파운드의 폭탄을 투하했다. 미국은 당분간 전면적 공습보다는 이라크의 상황을 주시하며 구체적 목표를 타격하는 선별적 공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도를 방문 중인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군은 목표물을 정확히 골라내 타격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IS의 공세에 밀린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는 미군의 선별적 공습과 피란민 구호 결정을 환영했다. 이라크 정부의 국내난민부 대변인은 미국의 구호지원이 적절한 시기에 이뤄졌다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미군의 이라크 공습은 2011년 다국적군과 함께 리비아를 공습한 이후 첫 해외군사 작전이다. 시리아 사태 등 국제 갈등에 여러 차례 공습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오바마 정부는 결정을 미뤄 미국의 위약함을 드러냈다는 비판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배경이 됐다는 지적을 동시에 받았다. 지난 6월 IS의 이라크 진입 초기 때도 이라크 정부의 군사개입 요청을 정치적 화합을 조건으로 제시하며 거절했다.

하지만 이번 공습 결정으로 기존의 오바마 정부 대외 전략이 수정된 것은 아니다. 오바마 정부는 계속해 “군사력은 과거 미국의 해결 방식이었으나 종종 실망스런 결과를 가져왔고, 모든 문제의 해결법도 아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오바마도 “미국이 모든 국제적 딜레마에 개입할 수는 없다”며 “특히 미국이 이라크에 전투를 위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라크 군사개입의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다.

이번 작전은 이라크 전역이 아닌 쿠르드 자치정부 수도인 아르빌과 야지디족 보호로 제한돼 있다. 먼저 IS가 쿠르드자치주 수도 아르빌을 공격, 미국 시민과 군인들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수송차량을 공격하는 것이다. 우리 자이툰 부대가 주둔했던 곳이기도 한 아르빌에는 미국 영사관과 미군 특수요원이 투입된 작전센터가 있다. 또 이라크 북부 산악지대에 고립된 민간인과 소수 종파들을 돕기 위한 공습만 허용됐다. 오바마 정부 관계자는 “IS와의 싸움은 미군이 아닌 이라크인들이 맡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오바마의 제한적 공격 선택은 군사적 타격의 어려움과 전면 공격시 복잡해질 국제 현안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 미국이 국제법 절차를 무시하고 공습에 나서면 이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공격 명분을 주는 것과 같다. 미국은 상대 국가의 요청이 있을 때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다는 유엔 규정을 명분으로 삼아 이런 논란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적법한 공습이라 해도 미국의 공습은 가자지구 사태와 비교된다는 점에서 향후 중동 국가의 협조를 얻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팔레스타인인 1,800명 이상을 희생시킨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침묵한 뒤 IS로 인한 인도주의적 위기에는 무력 대응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선 국내외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 전면 공격보다는 파장을 줄일 제한적 공격을 선택한 셈이다. 백악관은 이번 공습이 자국 내 전쟁권한법이 정한 전쟁의 범주에 속하지 않아 의회 사전승인도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IS는 이날 성명을 내고 쿠르드자치정부 군조직 페쉬메르가를 몰아내고 이라크 최대 규모의 모술 댐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페쉬메르가는 작전상 후퇴한 것이라며 이라크 정부에 무기지원을 요청했다. 유엔 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열어 IS의 공격을 규탄하고 국제사회 지원을 촉구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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