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에인절스전 무실점 13승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3위 올라
직구·체인지업 적시에 '팍팍'
커쇼가 당한 트라우트 무안타 제압
야수 호수비 도움 16이닝 무실점
류현진(27ㆍLA 다저스)이 LA 에인절스의 강타선을 완벽히 틀어 막고 13승째를 올렸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7이닝 2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했다. 총 100개의 공을 던지면서 삼진은 4개,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이 각각 1개 있었다. 팀이 6-0으로 앞선 8회 제이미 라이트에 바통을 넘긴 류현진은 결국 경기가 7-0으로 끝나면서 승리 투수가 됐다. 시즌 성적은 13승5패에 평균자책점 3.21.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다승 부문 공동 3위가 됐고 팀 내에서는 클레이턴 커쇼(13승2패)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홈 극강 에인절스였지만…
에인절스는 류현진의 빅리그 첫 완봉 상대다. 2013년 5월29일 첫 맞대결에서 9이닝 2안타 무득점으로 철저히 눌렸다. 지난해만 해도 에인절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3위(78승84패)에 그칠 만큼 화력이 세지 않았다. 투타에서 엇박자가 난다는 평을 들었다.
그런 팀이 올해 180도 달라졌다. 2010년 최우수선수(MVP) 조시 해밀턴, 10년 연속 3할-30홈런-100타점을 올린 알버트 푸홀스, 2012년 신인왕 출신 마이크 트라우트가 불망방이를 휘둘렀다. 2할6푼3리의 팀 타율은 양대 리그 통틀어 전체 3위에 해당하는 기록. 에인절스는 특히 전날까지 홈에서 38승19패로 메이저리그 최고 홈 승률을 자랑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류현진이 이겼다. 최고 시속 95마일(약 153㎞)의 직구, 승부구로 던진 체인지업, 고속 슬라이더, 커브 등이 모두 좋았다. 상대 간판 타자 가운데 류현진에게 안타를 터뜨린 건 푸홀스가 유일했다. 경기 전만 해도 “한 차례 맞붙었기 때문에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던 마이크 소시아 에인절스 감독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이 뛰어났다. 쉽게 건들리 수 없는 투구였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류현진, 커쇼도 판정패한 괴물 타자 제압
에인절스 2번 타자 트라우트은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주가가 가장 높다. 스물 세 살의 어린 나이에도 통산 87홈런 98도루를 성공시켰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23세 이전에 80홈런 80도루를 넘긴 선수는 트라우트가 처음이다. 다저스의 에이스 커쇼도 지난 6일 2루타 1개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1득점으로 고전했다. 당시 커쇼는 “특정 선수(트라우트)에 대한 질문엔 노코멘트를 하겠다”며 경기 후에도 분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이틀 만에 류현진이 커쇼의 한을 풀어줬다. 1회 유격수 플라이, 4회 헛스윙 삼진, 6회 3루 땅볼 등 타구가 내야 조차 벗어나지 못했다. 체인지업, 바깥쪽 직구, 몸쪽 직구 등 결정구가 모두 달랐다. 작년 경기를 포함해 맞대결 성적은 7타수 무안타. 트라우트가 7번 이상 타석에 들어선 투수 가운데 한 차례도 출루하지 못한 건 류현진이 두 번째다.
AP 통신은 “류현진의 호투 속에 트라우트가 23번째 생일날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며 “경기장에는 16년 만에 최다 관중이 운집했지만 정작 재미를 본 것은 파란색 옷을 입은 다저스 팬들뿐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2년 간 생일에 홈런을 터뜨렸던 트라우트는 류현진이 내려간 뒤에야 볼넷으로 1루를 밟았다.
무실점 경기를 이끈 특급 도우미들
류현진의 에인절스전 16이닝 무실점 행진에는 야수들의 도움이 컸다.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미겔 로하스가 가장 빛났다. 로하스는 다저스가 3-0으로 앞선 3회말 크리스 이아네타의 어려운 타구를 막아냈다. 투수 옆을 스쳐 외야로 흐르는 안타성 땅볼이었지만 끝까지 쫓아가 포구했다. 로하스는 또 4-0으로 앞선 6회말에도 콜린 카우실의 깊숙한 내야 땅볼을 잡아 역동작으로 1루에 뿌려 안타를 막았다.
류현진의 절친들도 호수비에 동참했다. 3루수 후안 우리베는 4회말 푸홀스의 좌익 선상 직선타구를 제자리에서 뛰어오르며 걷어냈다. 6회말 2사 2ㆍ3루에서는 중견수 야시엘 푸이그가 해밀턴이 퍼올린 큼지막한 타구를 펜스에 부딪히면서 낚아챘다. 지난해 기록한 14승에 1승만 남겨 놓고, 박찬호가 보유한 한국인 빅리거 최다승(18승)에도 성큼 다가간 류현진의 승리에는 야수들의 철벽 수비가 중심에 있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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