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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같은 옷차림?… 역대 교황들의 패션은

입력
2014.08.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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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같은 옷차림?… 역대 교황들의 패션은

‘롤렉스 사랑’ 요한 바오로 2세, 실제론 검소한 차림새

구찌 선글라스-프라다 구두… 베네딕토16세는 명품족

‘수수함의 대명사’ 프란치스코, ‘2013 베스트드레서’ 선정

흰 수단(성직자 신분을 드러내는 의복)에 주케토(주교가 착용하는 둥근 모자). 흔히 교황의 복장은 천편일률적이라 생각하지만, 역대 교황들은 전통과 상징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복 색깔이나 장신구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냈다.

1464년에 재위한 교황 바오로 2세는 화려한 것을 좋아해 붉은색 의복을 즐겨 입었다. 추기경들도 교황의 제안에 따라 이때부터 붉은색 사제복을 입기 시작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화려한 전례복 속에 뾰족한 금속이 달린 '고행 셔츠'를 입어 가슴쪽 피부가 거의 성할 날이 없었다.

'롤렉스' 시계를 사랑했던 요한 바오로 2세. 그가 애용한 제품은 약 3000달러로 롤렉스의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최고가는 아니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롤렉스' 시계를 사랑했던 요한 바오로 2세. 그가 애용한 제품은 약 3000달러로 롤렉스의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최고가는 아니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처음으로 손목시계를 찬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다. 약 3000달러에 달하는 스위스 명품 '롤렉스' 시계를 애용했다. 롤렉스 제품이 주로 수천만원대임을 감안하면, 바오로 2세가 찬 시계는 최고가의 제품은 아니다. 평소 요한 바오로 2세는 낡은 갈색 구두를 주로 신었고, 전 교황으로부터 물려받은 자동차를 탔다. 대중 앞에 나설 때도 명품이나 화려한 장식으로 꾸미는 것을 자제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명품을 좋아하는 패셔니스타의 면모를 보였다. 수천만원 대에 달하는 독일 명품 시계 '융한스'를 착용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연합뉴스
교황 베네딕토 16세. 명품을 좋아하는 패셔니스타의 면모를 보였다. 수천만원 대에 달하는 독일 명품 시계 '융한스'를 착용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연합뉴스

요한 바오로 2세를 이어 교황에 취임한 베네딕토 16세는 패션에 민감한 '명품족'이었다. 그는 화려한 장식이 가미된 제의를 입고 공식석상에 나타나곤 했다. 비단 조끼에 '구찌' 선글라스, 빨간 '프라다' 구두를 착용한 적도 있다. 특히 수천만원 대에 달하는 독일 명품시계 '융한스'를 좋아해 '가장 비싼 시계를 찬 교황'이라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즉위 미사 당시의 교황 프란치스코. 장식 없는 흰색 수단에 20여 년 사용해오던 은제 목걸이를 차고 나왔다. 연합뉴스
즉위 미사 당시의 교황 프란치스코. 장식 없는 흰색 수단에 20여 년 사용해오던 은제 목걸이를 차고 나왔다. 연합뉴스

스스로 서민의 길을 택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패션은 어떨까. 지난해 3월 즉위 미사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레이스 장식이 없는 흰색 수단의 수수한 차림이었다. 십자가 목걸이(pectorial cross) 역시 금제 목걸이를 착용하던 관례를 깨고 20여 년 사용해오던 은제 목걸이를 찼다. 교황의 검소함은 손목시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스위스 대중 브랜드 '스와치'를 주로 찼는데, 이 제품은 14년 전 출시된 플라스틱 제품으로 가격은 50달러에 불과하다. 또 빨간 구두를 좋아한 전임 교황과 달리 수수한 검은색 구두를 즐겨 신는다. 고향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작은 구둣방에서 40년 한결같이 구두를 맞췄다. 아무 장식도 없는 단순한 디자인의 구두를 좋아했는데, 중간에 한번도 모양을 바꾸지 않았다.

교황의 옥새 '어부의 반지'(Fisherman's Ring)조차 프란치스코 교황은 욕심내지 않았다. 통상 어부의 반지는 교황이 즉위하면 금으로 새로 제작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교황은 수십년 전 디자인 됐다 방치한 주조 틀을 재활용해 금으로 도금한 은반지를 만들었다. 교황의 이런 소박한 패션은 이후 신임 추기경들의 복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민풍 패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한 패션잡지는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올해 가장 옷 잘 입는 남성’으로 선정했다. 교황의 수수함이 가톨릭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가 됐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패셔니스타’라는 영광스런 호칭은 값비싼 차림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셈이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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