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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조기 검진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입력
2014.08.0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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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정기 검진을 제때 잘 받으면 좋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암 조기 검진론’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세포 자체는 암 세포이지만 우리가 느낄 만한 증상은 일으키지 않는 작은 암까지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과잉 진단ㆍ치료가 아니냐 하는 것이다. 검진 받는 국민은 물론이고 검진하는 의사까지도 정답을 알기 힘든 문제다. 암 검진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은 최근 이슈화하기 이전부터 계속 제기되어 왔는데 이는 검진 프로그램의 특징과 의학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암 검진 프로그램을 ‘선별 검사(Screening Test)’라고 하는데, 선별 검사는 본래 증상이 없는, 연령이 해당되는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선별 검사를 통해 ‘증상이 없는’ 암을 찾아내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런데 선별 검사에서 발견된 암 중 일부는 향후 몇 십 년 간 자라지도 않고 전이되지도 않는 ‘순한 암’일 수 있다. 이런 ‘순한 암’의 존재는 사후 부검 사례가 비교적 많은 미국에서부터 알려지게 되었다. 심장 질환이나 사고 등 암이 사인이 아닌 경우에도 부검 과정을 통해 체내에 암 조직이 상당히 오랫동안 존재해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인데, 일부 전립선암이 대표적인 ‘순한 암’이다.

이와 같이 다른 원인으로 사망하여 부검할 때까지 존재 여부를 알 수 없는 순한 암을 ‘가성 암’(假性癌ㆍPseudo Tumo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성 암은 당연히 치료를 안하고 그대로 두는 것이 좋지만, 문제는 선별검사에서 발견 된 암이 가성 암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 진성 암(眞性癌)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 의학의 특징, 즉 불확실성에 있다. 가성 암이면 그냥 두고 진성 암이면 즉시 치료하면 될 텐데, 이를 판단할 수 없으므로 발견된 모든 암을 치료하게 되는 알고리즘 속에서는 필연적으로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일단 발견된 암을 치료하지 않고 두고 보는 것은 환자나 의사 모두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세한 초기 암을 찾아내는 첨단 검진 방법이 과잉 진단의 주원인이므로 어느 정도 ‘묵힌 암’을 찾는 검진법을 이용해야 한다든지, 선별 검사 프로그램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든지 하는 방안을 과잉 진단ㆍ치료의 대책으로 삼기에도 어째 명쾌하지 않다. 선별 검사 확대로 인한 암 발생률과 암 사망률의 감소는 의학적ㆍ보건학적 성과임이 분명하므로 선별 검사의 정책적 변화를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와 다양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상적인 대안은 암 발견 시점에서 향후 예후를 예측하는 진단법을 개발하여 가성 암과 진성 암을 판별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많은 임상의학자들과 기초과학자들이 진단할 때에 채취한 암 조직의 유전체나 단백질체를 이용하여 이후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진단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연구 성과가 나와 이 난제(難題)를 해결해 주기를 기대한다.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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