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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은 찔끔 계산은 복잡, 세법 개정안 헷갈려

입력
2014.08.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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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공제 계산에만 사칙연산 15회

정부 "내수 진작 묘안" 주장에 세제심의위 "혼란 야기" 지적

세율 조정 대신 편법 택한 탓

절세효과 적고 회계 비용만 늘어나

간호사 김모(38)씨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체크카드 소득공제가 40%로 늘어난다는 소식에 기사들을 유심히 살펴봤지만 단서로 붙은 길고 긴 조항들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체크카드 사용금액 중 지난해 연간 사용금액의 절반을 넘어가는 금액에 한해 10% 추가’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만 추가 공제하되 지난해 연간 총사용액은 신용카드도 포함’이라는 설명은 한참 뒤에야 어렴풋이 의미가 와 닿았다. 그는 “몇 십 만원 아낄 수 있다는 말에 계산기를 두드려봤지만 예외 조건이 까다롭고 산식도 헷갈려 계산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2014년 세법개정안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세제는 단순하고 명료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양상. 경기활성화를 위해 기업이득이 가계로 흘러 들어가는 걸 유도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만들다 보니 다소 복잡해졌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세율 인상(인하) 등 정도를 외면하고 편법을 택한 결과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번 세법개정을 심의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는 지난 6일 정부에 “복잡한 계산법을 바탕으로 과세하겠다는 일부 세제에 대한 정부 방침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조차 이렇게 손사래를 칠 정도니 일반인은 세금 계산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실제 2015년 연말정산의 카드 등 소득공제를 계산하려면 곱하기 8번, 더하기 4번, 빼기 3번 등(기존의 2배 남짓) 복잡한 수학공식을 연상케 하는 산식과 예외 조건들을 숙지해야 한다. 자신의 공제 여부를 파악하려면 최소 4가지 경우의 수는 살펴봐야 한다. “일률로 10% 추가라고 했으면 간단했을 일을 머리만 아프게 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까다로운 산식엔 이유가 있긴 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부진한 내수를 살리고 소비를 늘리기 위해 참사 이후 1년간 소비 증가분에 대해 정교한 세제 혜택을 주는 묘안을 짜낸 것이다. 그러나 납세자연맹은 “절세 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카드회사 전산시스템과 세무회계프로그램 수정 비용, 근로자의 복잡한 세법 숙지 등 납세협력 비용만 늘렸다”고 혹평했다.

기업 관련 세제의 산식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사내유보금 과세(기업소득환류세제)는 현재 1, 2안이 있다. 제조업은 주로 당기 소득의 60~80%(세금발생 구간)를 투자 인건비 배당 등에(1안), 투자가 적은 서비스업은 당기 소득의 20~40%를 인건비 배당 등에(2안) 쓰라는 것이다. 쓰지 않은 금액에 10%를 과세한다.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투자를 어디까지 인정해줄 것인가가 관건이다. 정부는 전체 투자 중에서 해외투자와 비업무용 부동산을 제외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부동산에 공장 등을 지으면 다시 인정해주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세금발생 구간 비율(1안 기준)을 60~80% 중 얼마로 할지는 아예 시행령에 정하기로 했다. 60%냐 80%냐에 따라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 규모는 확 달라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시행령에 위임해 놓은 것이다.

이렇다 보니 기업을 대상으로 한 환류세제 추정치가 많게는 1조원에서, 적게는 0원이라는 양극단의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간단한 법인세 인상을 두고 ‘지도에도 없는 길’을 고집한다”는 신랄한 비판이 쏟아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인 추세라 거스를 수 없고, 기업의 투자는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고민의 산물”이라고 토로했다.

임금 상승을 유도하겠다는 근로소득증대세제 역시 복잡하다. 고용 확대와는 별개로 현재 근무하는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기 위해 ‘평균 임금 증가율’을, 매년 발생하는 편차를 줄이기 위해 ‘3년 평균 임금’을 대입하다 보니 산식이 복잡해졌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세금발생 구간을 시행령에서 확정한다는 발상은 조세원칙을 훼손하고 기업의 불확실성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중산층 서민 지원이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업이나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없게 만든 이번 세법개정은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 효과를 갉아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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