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성이 돈을 갚겠다며 채권자들을 자신의 가게로 불러 모은 후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채권자들 속에는 호형호제하던 20년 지기 고향 후배도 있었다.
서울 강동소방서는 7일 오후 3시 23분쯤 서울 강동구 성내동 주상복합아파트 파크프라자 1층에 입점해 있는 잡화점에서 이 상점 주인인 고모(63)씨가 낸 불로 고씨를 비롯, 채권자 김모(50)씨 등 5명이 2~3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불은 1층 점포 70개 중 고씨의 점포만 태우고 4분 만에 꺼졌다.
소방서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고씨는 빌린 돈을 갚겠다며 이날 오후 2시까지 채권자들을 잡화점으로 불러 모았다. 고씨는 오후 3시쯤 나타나 사람들이 다 왔는지 확인한 뒤 들고 온 등산가방에서 10ℓ짜리 플라스틱 통에 든 휘발유를 자신과 채권자들의 몸에 뿌린 후 바로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고씨에게 7,000만원 가량을 빌려줬다는 김모(50)씨는 “서로 모르는 채권자들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고씨가 들어왔고 말릴 새도 없이 휘발유를 들이 부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고씨와 20년 이상 알고 지낸 고향 선후배 사이다. 김씨는 “평소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고씨가 이런 일을 벌일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빚 독촉을 한 번도 한 적 없는 내게도 이럴 줄 몰랐다”고 말했다.
고씨는 평소 사업을 하면서 진 빚 때문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 경비원 김모(67)씨는 “빚 때문에 사람들이 몇 번 찾아와 싸운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72@hk.co.kr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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