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2구와 함께 8세 남아가 방치돼 있었던 경기 포천시 빌라 살인사건 현장은 아이와 함께 살던 집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7일 오후 2시 살인사건 피의자 이모(50ㆍ여ㆍ구속)씨 현장검증에 이어 공개된 A빌라 2층 56㎡(17평) 집은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쉰내가 섞인 악취가 코끝을 때렸다. 경찰이 집에서 치운 쓰레기는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20여 개가 거실에 쌓여있었다. 그러고도 옷가지와 신발, 빈 즉석 밥 용기, 참치 캔, 과자 봉투 등이 굴러다녔다. 벽지는 뜯겨져 속살을 드러냈고 장판도 찢겨졌다. 무너져 내린 거실 싱크대 상부 구조물, 곰팡이가 닥지닥지 붙은 밥솥과 후라이팬 등으로 미뤄 조리는 거의 하지 않은 듯했다.
지난달 29일 시신 2구가 든 고무통이 발견된 작은방에는 구입한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대용량 냉장고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벽에 기댄 책장 한 켠에 위인전 등 아동 서적 30여권이 꽂혀있기도 했다.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상자들도 쌓여 한 사람이 누울 공간도 없었다.
아이의 흔적이라곤 큰방 의자 위에 뒤집혀 있는 장난감 자동차뿐이었다. 이씨의 막내아들 박모군이 무서움을 털어내려 가지고 놀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보호기관에 맡겨진 박군은 지금도 엄마를 찾고 있다. 박군이 집안에 갇혀 밤낮으로 머물렀을 큰방 침대 매트리스는 시커먼 땟국물이 딱딱히 굳어 있었다. 빌라 밖에서 취재진을 지켜보던 이웃 주민 박모(63ㆍ여)씨는“어린 애가 무슨 죄냐”고 안타까워했다.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비공개로 현장검증을 했다. 피의자 이씨는 베란다에서 자연했다고 주장하는 남편 박모(51)씨의 시신을 고무통으로 옮기고 직장 전 동료인 A(49)씨를 목 졸라 살해하는 과정을 재연했다. 이씨는 현장 검증 뒤 범행 수법 등을 묻는 취재진에 아무 대답 없이 흐느꼈다. 경찰은 8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다.
유명식기자 ji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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