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 이후 서방의 경제 압박에 맞대응
이번주 군사 훈련도 실시 예정, 나토·미국 "침공 위협… 파병 검토"
러시아가 말레이시아항공기 격추 사건 이후 미국ㆍ유럽연합(EU)의 압박에 맞제재로 대응하면서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병력을 증강시키고 있어 주목된다. 나토와 미국은 “침공 위협”이 있는 “위험한 상황”으로 판단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6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전투 준비가 된 2만 병력을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 지역에 집결시켰다”며 “나토는 인도적 또는 평화유지 임무를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오아나 룬게스쿠 나토 대변인은 “러시아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추측하려 하지 않는다”면서도 “러시아가 현지에서 하는 일은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룬게스쿠 대변인은 이어 “러시아의 병력 증강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위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이날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최근 며칠 사이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
서방 정보 당국자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몇 주 사이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배치한 병력을 총 17개 대대로 이전보다 배 가까이 늘렸다. 또 보병과 기갑, 포병, 방공 등의 병과를 두루 갖추고 언제든 전투에 임할 수 있는 부대로 재편했다. 러시아는 이번 주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에서 군사 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험이 증대됐다고 말했다. 헤이글 장관은 이날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필립 브리들러브 나토군 최고사령관 등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러시아의 병력 증강이 침공 위협을 높인다는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의 발언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헤이글 장관은 “국경을 따라 배치된 러시아군의 증가와 그들의 정교함, 훈련, 무장 수준을 보면 이는 현실이고 위협이며 분명히 발생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자국 경제의 적잖은 부담을 감수하면서 미국과 EU 등을 맞제재하는 강수를 둔 것도 무력행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대목이다.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구의 제재로 이미 경제에 타격을 보고 있는 러시아가 농산물ㆍ식품 수입 금지로 스스로를 더 옥죈 뒤 이를 일거에 타개하는 카드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동부지역 반군 충돌에 따른 사태 악화로 말레이시아 항공기 피격사건의 희생자 시신 및 잔해 수습 작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뤼터 총리는 너무 위험해 작업을 계속 진행할 수 없다며 여건이 나아지면 작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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