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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늘리다 부실 떠안을라, 은행은 고민 중

입력
2014.08.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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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ㆍDTI 규제 완화 등, 대출 확대 압박 커지고 보신주의 혁파가 화두로

"기업들 잇단 부실 사태로 대출 엄격 관리 불가피한데..."

리스크 커질까 전전긍긍

“보신주의라는 건 결국 비즈니스 용어가 아닌 감정적 용어 아닙니까. 차라리 서민ㆍ중소기업 대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라고 했다면 덜 답답했을 겁니다.”(A은행 부행장)

“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무턱대고 대출을 늘리고, 그 부작용은 은행이 고스란히 떠 안는 것이 온당한 겁니까? ” (B은행 부장)

5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시중은행 여신 및 리스크관리 담당 임원과 만난 자리에서 “보신주의 혁파”를 주장하며 중소기업 대출 지원을 독려한 데 따른 금융권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은행권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은행권 보신주의’를 지적하고 나선 뒤 대출 확대 압박이 거세지면서 리스크 관리는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 당국의 내수 활성화 정책에 부응하지 않을 순 없지만, 또 그 동안 비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지만, 무작정 풀어놓을 경우 자칫 뇌관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LTVㆍDTI 딜레마

은행권의 고민은 8월초 LTV, DTI 규제 완화가 시행되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LTV 70% 단일화’는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던 LTV의 최고 한도를 통일한다는 의미지만 이를 일률적 적용으로 오해한 고객들의 항의 소식이 들려 오면서부터다. 최근 각종 금융사고로 몸살을 앓아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 은행권은 지역과 주택 형태별로 지역별 경락률(감정가 대비 경매했을 때 낙찰가의 비율) 등을 감안해 자체 대출 기준을 고수해 왔다.

그러자 당장 4일 금융감독원이 은행 여신담당자들을 불러 모아 LTVㆍDTI를 적극 운용해 줄줄 것 당부했다. 이는 곧 은행의 미세 조정으로 이어졌다. 한 시중은행은 이날 이후 주택담보대출 시 유효담보비율과 LTV 두 가지 건전성 지표 중 최고 한도가 낮은 항목을 적용해 대출금액을 산정했던 규정을 조정해 LTV 최고한도 70%를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건전성ㆍ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도 정부의 의중도 살펴야 하는 곤란한 입장에 놓인 셈이다.

기업 부실의 외적인 리스크 커져

최근 불거져 나오는 ‘보신주의’ 논란은 특히 대기업과 담보 위주의 금융권 대출 영업 관행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말 대출잔액을 2009년 말과 비교할 때 비우량(신용 5~10등급) 대기업 대출은 92%나 늘었지만 비우량 중소기업 대출은 21% 줄었다. 하지만 은행도 할말이 많다. 건전성ㆍ수익성ㆍ성장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수적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금융의 속성을 무시한 지적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STXㆍ동양ㆍ동부 등 대기업 부실사태가 잇따르면서 기업 여신관리에 더 엄격하게 나설 수밖에 없게 된 은행으로서는 ‘보신주의’ 논란이 또 다른 짐이 된 셈이다. 당장 은행권은 하나은행이 5,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추가 대출안을 마련하는 등 금융 보신주의 지적에 따른 혁신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일관성이 부족한 당국의 면피성 감독 역시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금감원이 보신주의 타파의 방안으로 강조한 저신용 제조ㆍIT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관계형 금융’에 대해서도 시중은행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조병선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관계형 금융이 발달한 독일의 경우 데이터화돼 있지 않은 기업의 기술력이나 장래성 등도 정확히 파악한다”며 “당국이 일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게 아니라 한국 실정에 맞는 관계형 금융의 구체적 방법을 시중은행과 충분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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