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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에 목마른 사회…'명량' 열풍 보는 7인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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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에 목마른 사회…'명량' 열풍 보는 7인의 시선

입력
2014.08.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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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흥행 신기록 행진에 깜짝, 주말이면 1000만 관객 넘을 듯

"세대ㆍ이념 넘는 진정한 지도자상" / 인기 원인 정치적 분석 가장 많아

지금 극장가 최고의 슈퍼스타는 이순신이다. 남녀노소 이순신 장군을 우러러보며 손뼉을 친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이 몰고 온 광풍이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개봉 첫날부터 이어지는 신기록 행진에 영화계 관계자들도 ‘명량’ 이야기뿐이다. 흥행 수치만 보면 전국민의 관심사가 ‘명량’에 향해 있는 듯하다. 개봉 첫날 최다 관객(68만)을 시작으로 평일 최다 관객(98만), 1일 최다 관객(125만), 최단 기간 700만 돌파(8일) 등의 신기록을 추가하고 있다. 대체 열풍의 이유는 무엇이며 흥행의 끝은 어디쯤일까. 영화 전문가 7인에게 물었다.

조영용(CJ엔터테인먼트 배급팀장)

‘명량’을 투자ㆍ배급한 CJ 내부는 물론 영화배급업계에서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첫 날 관객수를 보고 ‘1,000만 영화’의 추세를 따라가지 않을까 예상할 뿐이었다. 흔히 1,000만 영화는 40, 50대 관객의 유입이 후반에 이뤄지는데 ‘명량’은 달랐다. 개봉 초부터 전 세대 관객이 모여든 것이다. 역대 흥행 1위 영화인 ‘아바타’(1,330만명)의 기록을 넘어서느니 2,000만명을 돌파하느니 하지만 몇 주 지나 영화를 볼 사람이 일찍 본 것이라면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최종 관객수 예측: 1,000만은 넘겠지만 레퍼런스로 삼을 사례가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예측하기가 어렵다.

전찬일(영화평론가ㆍ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필름마켓 부위원장)

‘명량’은 정중동의 영화다. 이순신이나 전투를 묘사하는데 있어 과장이 없다. 이 영화는 영웅서사가 아니다. 영화에서 이순신은 보통 사람으로 묘사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영웅만이 할 수 있는 걸 해낸다. 이순신이 비범한 건 인간 심리를 간파하는 능력인데 아군과 적군이 두려워하는 걸 어떻게 이용하고 극복했는지 이 영화가 보여준다.

▦최종 관객수 예측: 하루 80만명 이상 관객을 모으고 있는데 갑자기 20만, 30만명 수준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이번 주 1,000만명을 넘어 2주 후쯤 1,500만명에 이를 것이고 1,700만~1,800만명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심재명(명필름 대표)

시대가 영웅을 원하는데 그 대중의 바람을 김한민 감독이 영리하게 담아낸 것 같다. ‘명량’이 ‘광해’나 ‘변호인’보다 관객을 더 흥분시키고 몰아붙이는 면이 있어서 신기록 달성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나는 이 영화가 민족주의적 감상이나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영화라고 보진 않는다. 1970년대식 민족주의ㆍ애국주의로 흘렀다면 대중이 열광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종 관객수 예측: 당연히 1,500만명은 넘을 것 같다.

자료: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자료: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동연(리얼라이즈 픽처스 대표)

사회가 힘든데 이런 지도자가 나타나 나라를 이끌어준다면 잘 살지 않겠느냐는 기대심리가 폭발한 것 같다. 그러나 내겐 집단 광기처럼 보인다. 보궐선거 결과 보수가 압도적으로 이겼다. 야당은 대안세력이 안 되니 차라리 집권당에 몰아주자는 정서가 있다고 본다. 젊은 층도 보수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정치적 배경이 ‘명량’의 흥행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최종 관객수 예측: 애국심 마케팅 효과라는 측면에서 ‘명량’은 ‘디워’의 2배쯤 되는 듯하다. 이번 주말 1,000만명이 넘을 것이고 반복관람이 이뤄질 테니 1,500만명 이상까지 갈 것이다.

오동진(영화평론가ㆍ서울환경국제영화제 부위원장)

영화가 미학적으로 뛰어난 건 아니지만 해상 전투 장면이 그간 보지 못했던 것이라서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이순신은 부인할 수 없는 영웅이다. 세대를 뛰어넘고 이념과 무관한 인물이니 관객의 스펙트럼이 넓을 수밖에 없다. 보수와 진보로 구분할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사회의 보수적 기조 때문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치 실종이라고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이런 것을 복원할 수 있는 지도자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것이고 진정한 아버지상을 찾는 대중적 열망이 있는 것이다.

▦최종 관객수 예측: 최소 1,200만~1,300만명은 모을 것 같다. 청소년 관객은 ‘해적’이 가져갈 것이다. 두 영화의 시소게임 때문에 다른 영화가 죽을 수도 있다.

정상진(엣나인필름 대표)

‘명량’ 한 편만으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군도’와 ‘명량’ 두 편이 불을 지폈다. 한 시즌에 한국영화 대작 네 편이 나온 일이 없었다. 그 네 편이 파이를 키워놓은 것이다. 영화 산업을 통계적으로 보면 1년 평균 관객수가 있는데 세월호 여파 등으로 4, 5월에 영화를 보지 않았던 사람들의 소비 욕구가 이번에 터진 것 같다. ‘군도’가 잘 되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힘없이 밀려나면서 ‘명량’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최종 관객수 예측: 역대 흥행 기록은 깰 것이고 지금 분위기로는 1,500만명 이상 가지 않을까 싶다.

김형호(영화흥행분석가)

‘명량’은 나라를 지키는 군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보수적인 영화다. 할리우드 영화라면 이순신은 전형적인 영웅이다. 대중은 위안, 위로, 치유보다 해결을 원하는 것 같다. ‘광해’ ‘변호인’ ‘7번 방의 선물’이 전자라면 ‘명량’은 후자다. 이순신의 리더십은 독단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사회가 그런 리더십을 원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최종 관객수 예측: 1,300만명은 가능할 듯하다. 초반 흥행 속도가 빠른 건 개봉 후 한참 뒤에 극장에 오던 중ㆍ장년층이 일찌감치 나와서였다. 1,500만명, 2,000만명을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조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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