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 실명공개 거부에 비판, 학내 추천 이사 수 확대 등 요구
서울대 총장과 이사장 선출과정에서 쌓인 교수들의 불만이 서울대 이사회 개혁 요구로 분출되고 있다. 이사회는 총장 선임뿐 아니라 예산안 심의 의결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의결기구로, 2011년 서울대 법인화 이후 대학 운영권한이 이사회에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태는 지난달 서울대 평의원회가 학교 이사회에 이사들의 발언이 기록된 회의록 원본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평의원회는 총장과 이사장 선출에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누구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는지,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는지 등을 알아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사회는 최근 “이사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회의록은 공개하겠지만 실명이 기재되지 않은 정제된 형태의 회의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국회 자료 제출 때와 같은 방식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평의원회는 즉각 반발했다. 이정재 교수협의회장은 “학교 구성원 대다수의 의견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린 소수의 이사회가 회의록조차 실명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실적을 좋게 보이려 거짓으로 꾸미는) 분식회계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의 반발은 이사회 개혁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의사결정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단 구성부터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이사회는 총장과 부총장 2명ㆍ교육부 차관과 기획재정부 2차관 등 당연직 5명, 학내외 인사 10명 등 15명으로 구성된다. 당연직이 아닌 10명의 이사 중 1명은 평의원회가 추천하고, 나머지 9명은 임기가 끝날 때마다 이사회가 추천한다.
평의원회는 당연직이 아닌 이사 10명을 선출할 때 평의원회가 심의하거나, 교수 학생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이 추천하는 이사 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수협의회의 개혁방안은 좀더 강하다. 당연직 이사를 뺀 10명을 전부 평의원회가 추천하도록 하고 이사회 회의록을 실명으로 작성해 공개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향으로 이사회를 개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의록 공개는 이사회 결정만으로 가능하지만 이사회 권한을 축소하려면 법인화법이나 정관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의록 공개를 둘러싼 갈등이 이사회 개혁 논의로 번진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사장을 겸임한 오연천 전 총장의 불통을 원인으로 꼽았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최근까지 학내 구성원과 소통하지 않고 학교를 운영해온 오 전 총장의 잔상 때문에 이사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신임 총장과 이사회가 구성원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법인화법이 가진 문제점을 함께 해결하지 않는 한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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