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문제풀이 아닌 생각하는 능력 키우는 수학
창의적인 '말들의 계산'에 국민 흥미 가졌으면
요즈음 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과목은 수학인 것 같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입시를 위한 점수 외에는 별로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수학에 왜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불만이다.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최상위권인데, 흥미는 최하위다. 수학은 과연 어려서부터 왜 배워야 하는 것일까.
한국일보와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ICM) 조직위원회, 고등과학원은 엿새 후면 열리게 되는 세계수학자대회를 바라보며, ‘수학으로 보는 세상’을 지난 4월부터 오늘 이 글까지 15회 연재하여 왔다. 이 대회를 계기로 우리 학생들은 물론 일반인들이 수학을 좀 더 이해하고 좋아하도록 해 보다 높은 수준의 삶과 문화를 누리도록 하기 위함이다.
연재에 참여한 수학자들은 지하철 노선도, 축구, 야구, 투자, 경매, 건축 이야기 등을 풀어 놓으며 수학이 우리 일상의 어디에 스며들어 있고, 또 우리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를 알리고자 노력했다. 결국 한 개인의 삶을 위해서도 수학은 정말 필요하고 고마운 과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오늘날과 같이 창의력이 요구되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사실 수학은 단순한 문제풀이 과목이 아니고,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학문이다.
수학은 우리 주변 모든 곳에 존재한다. 친구와의 논쟁이나 고객을 설득시키는 과정에서 논리를 세우는 것은 수학의 기본이고, 제한된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며 물건을 신중하게 선택, 구매하는 과정은 바로 일종의 알고리즘이다. 이런 과정들이 ‘말들의 계산(computing with words)’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심지어 법학 적성시험(LEET)에서도 논리적 사고능력 평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러시아 작가 렐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는 유작 ‘인생독본’에서 “현명한 사람들은 항상 철학, 과학, 수학 세 가지 사고방식으로 생각하고, 이는 사람들을 통일시킨다”고 했다. 수학은 그리스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현상을 수학적으로 이해하고 법칙을 찾는 ‘수학화’를 통해 새로운 문명, 문화를 만들어왔다.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며 윤리, 경제 등 인문학, 사회과학은 물론 황금비, 원근법 등을 이용한 음악, 미술의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인터넷 통신, 보안, 검색, 위성항법시스템(GPS), 애니메이션, 영화, 선거예측, 금융상품, 빅데이터 등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과학과 산업 대부분에 수학이 핵심 요소로 녹아 들어가 있다.
이번 서울세계수학자대회는 117년 역사상 처음으로 일반인을 참가시키는 대회다. 미국 하버드대 수학과 교수 출신의 세계적 펀드매니저 제임스 사이먼스의 대중강연, 필즈상 수상자와 영화 속 수학 이야기 나누기, 유창혁 9단 등 프로기사의 지도다면기 이벤트, 수학교사 한마당, 학부모와의 소통 프로젝트 같은 행사들이 열린다. 이는 2006년 마드리드 대회 개막식에서 카를로스 국왕이 “수학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어, 보다 나은 삶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실천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열리면 스포츠 꿈나무들이 많아지는 것처럼, 이번 세계수학자대회를 계기로 일반 국민들도 수학에 흥미를 느끼며, 수학을 통해 꿈을 키우는 학생들이 많아지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수학 사랑’ 모임이 여기 저기 결성되고, ‘논리적 사고문화’를 세우는 국민운동이 전개되어 사회적 합의도 잘 이루는 선진사회로 변화시키며 우리 모두가 수학 덕분에 행복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민경찬 연세대 수학과 교수ㆍ서울세계수학자대회 공동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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