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이제 물 부족 도시는 잊어 주세요”
하루 10만톤 공업용수로 공급
각종 생활하수를 정수해 재활용하는 전국 최대규모의 시설이 경북 포항에서 본격 가동에 들어가 심각한 물 부족 도시인 포항시의 고민을 덜게 됐다.
경북 포항시 남구 상도동 하수종말처리장 옆에 들어선 ‘포항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사진)은 이달부터 매일 포항시민들이 배출하는 하수 23만톤 중 10만톤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정수로 바꾸고 있다.
6일 둘러 본 이 시설 지하 2층 전처리설비실에는 인근 하수종말처리장으로부터 유입된 하수가 4,800개의 분리막을 통해 1차로 걸러지고 있었다. 이 하수는 지하1층의 역삼투설비실로 들어가 지름 약 20㎝, 길이 1m의 흰색 원통 880개를 통과했다. ‘역삼투 모듈’이라 불리는 이 원통에는 가정용 정수기의 필터와 같은 막이 7개씩 들어있었다. 6,160개의 필터를 거쳐 깨끗한 물로 재탄생하는 현장이었다.
이 시설은 하루 13만톤의 하수를 받아 10만톤을 정수한 후 9만5,000톤 가량을 공업용수로 보내고 있다. 이중 8만톤은 포스코 포항제철소로, 나머지 1만5,000톤은 포항 철강공단 정수장에 공급해 동국산업 등 공단 내 철강업체로 보내진다. 하수 재이용수 공급가격은 1톤에 460원으로 기존의 570원보다 110원 싸다.
재이용수 수혜자인 포항 철강공단 업체들은 싼 가격에다 안정적인 용수 확보로 고무되고 있다. 안동 임하댐 물까지 끌어 쓰는 포항 철강공단과 포항시는 그동안 대규모 기업이나 공장을 유치해도 취수원 확보가 여의치 않아 고민이었다. 공업용수 확보를 위해 영덕 달산댐 건설을 추진했지만 수몰 예정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눈치만 보던 터였다.
포항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에는 국ㆍ도비와 민간자본 1,258억원이 들어갔다. 롯데건설과 한국수자원공사 등으로 구성된 ‘P-Waters 컨소시엄’이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방식으로 추진했고, 포스코 외주파트너사인 물처리업체 포웰이 운영하고 있다.
포항시 이석하 수질재생담당은 “포항 하수재이용시설은 달산댐 건설비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하루 2만톤의 물을 더 생산한다”며 “버리는 물을 재활용하는 친환경 시설이 만성적인 물 부족 도시인 포항의 시름을 덜었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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