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동굴에선 특이한 모양의 종유석과 석순마다 이름을 붙이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입힌다. 그러나 베트남의 퐁냐케방 국립공원의 동굴 종유석에는 이름이 없다. 단지 ‘거대한’이라는 수식어에 초콜릿 아이스크림 문어 해파리 등 그럴듯한 이름을 지어 붙이면 그만이다. 나열한 이름들은 동굴을 함께 관람한 일행들이 붙인 것이다.
“동굴 안의 모든 바위는 물 한 방울로부터 시작된다. 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얇고 둥글게 석질 막이 형성된다. 이러한 물방울이 천장에서부터 종유석을 만들고, 바닥에 떨어져 쌓이면 석순이 된다. 수 백 만년 이 과정이 반복되면 거대한 바위가 되고 석주가 형성된다.”퐁냐 국립공원 안내판에는 카르스트 지형에서 동굴이 형성되는 과정을 친절히 설명해 놓았다.
막상 실제 동굴에서 접하는 풍광은 이런 과학적 설명조차 초라하게 만든다. 흘러내리고 쌓여서 맞붙은 수 십 미터짜리 석주가 셀 수도 없이 많고 모양도 다양하다. 어떤 바위는 물결보다 매끄럽게 흘러내리고, 어떤 바위는 꽃잎보다 정교하게 피어 올랐다. ‘자연은 위대한 예술가’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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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냐케방 국립공원은 세계 최대 카르스트 산악지형으로 동굴이 형성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오스의 힌남노 자연보호구역과 합하면 2,000㎢로 서울시 면적의 2.5배에 달한다. 이미 300여 개의 동굴이 발견됐고 지금도 탐사 중이다. 이중 관광객에 개방된 것은 퐁냐지역의 퐁냐 하천동굴과 티엔드엉(파라다이스)동굴이다.
퐁냐동굴은 입구까지 가는 경치도 일품이다. 콩강을 따라 30여분간 배를 타고 가는 동안 첩첩이 겹쳐졌던 퐁냐케방 국립공원의 산들이 하나씩 허물을 벗으며 다가선다. 동굴에 진입하면서 배는 동력을 끄고 오로지 두 사공의 힘으로만 움직인다. 가만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에 괜스레 미안하다. 동굴 폭이 생각보다 넓다. 배 두 대가 너끈히 비켜갈 수 있을 정도이고, 머리 부딪힐 걱정 않아도 될 만큼 천정도 높다. 약 1km 정도를 둘러보고 배는 동굴 안의 모래사장에 관광객을 내려 놓는다. 동굴 안에서 모래를 밟은 느낌은 또 색다르다. 나갈 때는 걸어서 10여분 정도 동굴 풍광을 감상하며 선착장까지 이동한다.
이곳에서 차로 30여분 떨어진 티엔드엉(천국·파라다이스) 동굴은 최근 관광객에 개방돼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종유석과 석순의 종류와 규모가 퐁냐동굴을 능가한다. 끝없이 나열된 바위덩어리는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공중에 뜬 섬 같기도 하고, 먼 우주의 성운처럼 보이기도 한다. 억겁의 세월이 빚은 자연 앞에 인간은 한없이 작아진다.
버스에서 내려 전기차를 타고 이동해 약 500m를 걸어 올라야 하고, 동굴입구에서 또 500여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니 더운 날씨에 땀은 좀 쏟아야겠다. 하지만 그만한 수고는 충분히 보상받을 만큼 동굴은 웅장하고 서늘하다. 많이 보여주겠다는 욕심이 지나쳤을까? 전체적으로 동굴 안 조명이 밝고, 강약조절이 부족해 동굴이 주는 본래의 신비감과 두려움을 반감시킨 것 같아 아쉽다.
퐁냐케방 국립공원은 베트남 중부 꽝빈성 동허이에서 약 40km거리다. 하노이에서 동허이까지는 기차로 12시간이 걸린다. 국내 여행사의 퐁냐케방 상품은 대부분 다낭을 경유한다. 다낭에서 동허이까지는 약300km, 차로 5시간 정도 걸린다.
동허이(베트남)=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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