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는 인간(사회) 우화의 단골 주역이다. 생김새나 지능, 군집 위계 등 생태 면에서 인간과 마주 세워도 어금지금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알다시피 고릴라는 인간과 진화의 한 길을 걷다가 가장 최근에 그것도 아주 살짝 비껴선 종이다. 인류는 인간이 잃어버린 것, 어쩌면 애당초 없었으나 잃어버렸다고 자위(自慰)하는 ‘인간적’인 뭔가를 고릴라에게서 찾을 때도 있다. 그 때 고릴라는 우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대안적 존재가 된다. 미국 작가 다니엘 퀸의 소설 고릴라 이스마엘의 고릴라는 인간 구원의 지혜를 전하는 선지자의 위격을 지닌다.
5일 독일 라이프치히 동물원의 생후 넉 달 된 고릴라가 어미의 강렬한 위엄에 압도당한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물론 압도됐다는 건 ‘인간적’인 해석이다. 실은 더 안아달라고 애원하는 걸 테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라이프치히=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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