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꼴찌에서 어느 새 4강권
채은성ㆍ황목치승 팀에 활력소로
프로야구 LG의 송구홍 운영팀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근 10년간 매 시즌 초반에 반짝 하다가 뒤로 갈수록 떨어졌는데 지난해부터 우리 팀의 패턴이 확실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2012년까지 매년 ‘서울의 봄’을 부르짖다가 여름 이후 처지곤 했던 LG는 지난해 드라마틱한 시즌을 보냈다.
바닥에서 출발했다가 5월 말부터 기적적인 레이스를 벌인 끝에 16년 만의 정규시즌 2위로 가을 잔치에 나갔다.
하지만 올 시즌 시작은 최악이었다. 김기태 전 감독이 18경기 만에 지휘봉을 내려 놓았고, 프로야구 사상 세 번째로 시즌 도중에 외부 인사가 새 감독으로 부임하기에 이르렀다. 순위도, 분위기도 바닥에 떨어진 팀을 쇄신하기 위해 웃음기를 뺀 양상문 감독은 5할 승률에 올라설 때까지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타자를 환영해주지 않겠다는 말로 ‘독한 야구’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6월11일까지 꼴찌였고 LG는 6월14일에 4위 두산과 승차가 무려 9.5경기였다. 구단 안팎에서 ‘리빌딩론’이 솔솔 흘러나왔고, 4강 도전은 현실적으로 힘든 분위기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LG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4강 싸움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김용의와 문선재가 ‘김기태의 아이들’이었다면 채은성과 황목치승이 양 감독에게 발탁돼 팀의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신고선수 출신의 이병규(7번)는 이병규(9번)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질 만큼 간판선수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류제국-우규민-리오단-티포드로 이어지는 선발 마운드가 무너지지 않은 것이 반격의 원동력이다.
LG는 전통적으로 분위기에 크게 좌우되는 팀이다. 그래서 LG는 감독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역설적으로 가장 중요하지 않은 팀이다.
사실 전력적으로 지난해와 올해, 시즌 초반과 지금 달라진 건 거의 없다. 오히려 지난해 김 감독이 중용했던 불펜의 류택현과 이상열, 유격수 권용관 등 베테랑 선수들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다. 비록 재역전패를 당하긴 했지만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9회초 투아웃 이후에 임창용을 상대로 역전에 성공한 장면을 보고 야구인들은 “지난해 LG의 느낌이 되살아났다”고 입을 모았다. 박빙 승부가 많아지고, 이기면 상승세를 타는 ‘신바람야구’다.
7일 창원 NC전부터 외국인타자 스나이더가 경미한 부상을 털고 돌아오고, 2군에서 컨디션 조절 중인 베테랑 해결사 이병규도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잠실벌 LG 태풍 시즌 2가 한여름을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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