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대로 자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560억원을 물어내야 할 위기에 빠진 ING생명이 행정소송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행정소송을 강행하자니 서슬 퍼런 당국의 추가 제재가 우려되고, 소송을 포기하려니 다른 생명보험사 눈치가 보인다는 겁니다.
금융당국이 이달 안에 ING생명에게 미지급 보험금을 내라고 명령하면 ING생명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고객까지 모두 찾아내 560억원을 돌려줘야 합니다. ING생명 제재가 확정되면 다른 생명보험사들 역시 자발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푸르덴셜생명과 라이나생명을 제외한 모든 생명보험사들이 2010년 4월 개정 전 상품 약관에서 자살은 일반 사망이 아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미지급된 사망보험금이 4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합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등 대형 보험사뿐 아니라 종신보험 비중이 높은 중소 생명보험사들도 돌려줘야 하는 미지급 보험금이 회사마다 수백 억 원에 달합니다.
업계는 초비상이 걸린 상황이지요. 그러다 보니 ING생명이 이번에 ‘총대’를 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보험업계 관계자는 “ING생명이 제재를 받아들이면 자살 보험금 분쟁과 관련해 보험사에 불리한 선례가 생긴다”며 “이번에 ING생명이 적극적으로 해명해 지급명령을 피하고, 제재가 확정되더라도 소송을 통해 전액 지급할 지 여부를 다시 따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ING생명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소송을 안 하면 다른 회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라며 “그렇다고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할 필요는 없고, 법리검토를 까다롭게 한 뒤 소송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고 합니다.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ING생명 뒤에 숨어 자살 보험금 지급 문제를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업계 파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겠지만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며 “지급명령 불이행 시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퇴양난에 빠진 ING생명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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