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에 폭언·욕설 물의 불구 200만원 벌금·40시간 봉사
NC 외국인 투수 찰리 쉬렉(29)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국야구회관 5층 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찰리에게 제재금 200만원과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40시간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상벌위원회는 벌칙내규 제7항을 적용했다. 7항은 감독, 코치, 선수가 심판판정에 불복하거나 폭행, 폭언, 빈볼, 기타 언행으로 야구장 질서를 문란하게 했을 때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제재금 200만원 이하, 출장정지 30경기 이하 등의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찰리는 전날 인천 SK전에서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불만을 품고 ‘상식 이하’의 행동으로 물의를 빚었다. 2-0으로 앞선 1회말 1사 1ㆍ2루에서 이재원에게 던진 초구 몸쪽 체인지업이 볼로 선언되자 극도로 흥분했다.
애초 양팔을 벌리며 가볍게 항의하듯 했던 찰리는 김준희 구심이 주의를 주고자 마운드 쪽으로 올라오자 폭언과 욕설을 쏟아 냈다. TV 중계화면에는 우리말과 영어 욕설 ‘XX’을 내뱉는 장면이 고스란히 잡혔다. 찰리는 팀 관계자에 이끌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심판을 향해 엄지를 치켜 들며 비아냥거렸다.
KBO는 이번 징계에 대해 “찰리는 야수가 아닌 투수다. 그것도 선발 투수”라며 “3경기 출장정지는 사실상 아무런 영향이 없고, 5경기도 한 번만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면 된다”고 설명했다. 매일 경기에 나서는 야수와 달라 고심 끝에 봉사활동 40시간을 부과했다는 의미다. KBO는 이와 함께 “외국인 투수로는 처음으로 찰리가 봉사활동을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구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명목상으로라도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려 외국인 투수는 물론 토종 투수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은 심판의 고유 권한이다. 메이저리거 류현진(LA 다저스)도, 일본 프로야구 오승환(한신)도 불공평한 ‘존’ 때문에 애를 먹은 적이 많다.
더군다나 심판의 권위가 밑바닥까지 떨어진 요즘이다. 야구팬은 물론 선수, 코칭스태프도 심판을 믿지 않는 세상이다. 이런 와중에 심판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며 대든 찰리를 KBO는 납득할 수 없는 선에서 징계를 마무리했다. KBO가 심판의 권위를 스스로 깎아내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충분히 예상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있다. KBO는 최근 몇 년간 나온 굵직한 퇴장 사태에 강력한 징계를 하지 않았다. 김병현(당시 넥센ㆍKIA)은 지난해 6월12일 부산 롯데전에서 1루 더그아웃 쪽으로 공을 던지는 초유의 행동을 했지만 벌금 200만원만 내고 유야무야 됐다. 홍성흔(두산)도 이에 두 달 앞선 4월5일 잠실 LG전에서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고 신체 접촉까지 있었지만 벌금 100만원의 징계만 받았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