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선거운동 의혹 고발 두 달 검찰 "만만치않아 아직 수사 중"
이낙연 지사 대비… 봐주기 논란
윤장현 광주시장의 사전선거운동 의혹 고발 사건(본보 7월 3일자 13면ㆍ10일자 14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두 달이 넘도록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뭉그적거리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아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통상적인 경우와 견줘볼 때 속도감이 크게 떨어져, 수사 의지에 대한 의문마저 일고 있다.
윤 시장이 6ㆍ4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고문으로 있는 유권자단체 회원 등을 동원해 조직적인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발된 것은 지난 5월 29일. 광주지검은 이 사건을 공안부(부장 양중진)에 배당했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윤 시장이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참고인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 이 중 광주ㆍ전남유권자연합이 만든 ‘윤장현 시장 만들기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의 회의 및 주요 일지는 윤 시장이 선대위와 유착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 선대위 구성 과정과 18차례 걸친 선대위 회의 내용 등이 날짜별로 축약 정리된 일지는, “광주ㆍ전남유권자연합 상임의장 A씨와 윤 시장이 지난해 11월 회원들로 선대위를 만든 뒤 지인 등을 상대로 지지활동을 벌였다”는 고발인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강력한 물증인 셈이다.
검찰은 또 지난 2월 당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 국민추진위원에 가입한 회원들로부터 “선대위의 한 관계자가 윤 시장의 이력서를 보여주며 지지를 부탁하고 회원 가입을 요청했다”는 사실확인서도 확보했다.
그러나 검찰은 선대위 회의일지와 사실확인서 내용이 선거법에 저촉되는지에 대해 “아직 수사 중”이라며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선대위와 윤 시장이 유착했다는 구체적 물증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검찰은 여전히 “고발 내용이 사전선거운동과 선거운동 준비행위의 경계선에 있는 것 같다”는 수사 초기 태도에서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
검찰의 이런 소극적 행보는 6ㆍ4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고발된 이낙연 전남지사 수사와도 대비된다. 6월 중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대충 넘어갈 수 없는 사건”이라며 조만간 이 지사를 소환하거나 서면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윤 시장 사건 수사는 두 달이 넘도록 별 진전이 없다. ‘동중정(動中靜)’인 셈이다. 검찰의 이 같은 미지근한 태도에 대한 외부 시선은 곱지 않다. 검찰은 “고발 내용이 만만찮은 수사 영역”이라고 설명했지만 수사 의지는 부족해 보인다. 벌써부터 검찰 주변에선 “윤 시장 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는 물 건너 갔다”는 말이 나온다. 윤 시장 등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불어난 상태에서 아직도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등 강제수사도 검토하지 않아 A씨 등에게 증거인멸을 위한 시간만 벌어줘 결국 수사가 흐지부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밖에서 보면 ‘봐주기’로 비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4일 윤 시장 사건과 관련해 “조사해서 뭔가 있으면 나오겠죠”라는 검찰의 한 간부 발언에서도 읽힌다. 이 때문에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규명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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