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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인프라 투자 기회 늘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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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인프라 투자 기회 늘어날 것"

입력
2014.08.0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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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정권 모두 실패, 유류보조금 폐지 추진할 때마다 국민 거센 반발

중진국 함정 경고등 켜져 조코위, 자급자족 체질로 개선 공약

한국과 각별한 인연 시장·주지사 땐 안동·서울과 교류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3일 수도 자카르타에서 자신의 기호 2번과 낙선한 프라보워 후보 기호 1을 합친 숫자 3을 의미하는 세 손가락 인사로 군중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자카르타=AP연합뉴스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3일 수도 자카르타에서 자신의 기호 2번과 낙선한 프라보워 후보 기호 1을 합친 숫자 3을 의미하는 세 손가락 인사로 군중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자카르타=AP연합뉴스

친서민 개혁주의 성향 기업인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가 접전 끝에 지난달 제7대 인도네시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 지지자들이 반발하는 등 갈등의 우려가 있었으나 현재로는 정부의 치안 통제로 혼란까지는 벌어지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물론 해외 시장도 군 장성 출신인 프라보워보다 상대적으로 친 기업적인 이력과 정책을 표방해온 조코위 당선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조코위의 당선으로 침체 기미인 인도네시아의 경제 성장 추세가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외국기업들은 조코위 당선인이 강조하는 ▦부정부패 척결 ▦공정거래 등의 정책들이 실행되면 인도네시아의 기업 환경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믿고 있다.

조코위 당선인은 가구사업을 하다 2005년 자바 중소도시인 수라카르타 시장에 선출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2010년 자카르타 주지사로 당선된 후 현장 위주의 실사구시 정책을 펼치면서 개혁적이고 친서민적인 이미지를 굳혀 왔다. 러닝메이트인 유숩 칼라 부통령도 사업가 출신이다.

‘중진국 함정’ 빠진 경제 구하기

경제 부흥의 기대를 품은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지만 조코위 당선인 앞에 놓인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우선 해결 과제는 ‘중진국 함정’ 우려까지 나오는 경제 회복이다.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면했던 2009년 4.6% 성장을 제외하면 2007~2012년 세계적인 원자재 수요 증가와 2억5,000만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민간소비로 6%대 성장을 달성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출 둔화, 투자 부진 등 대내외 요인이 겹치면서 성장률이 5.8%로 하락했고 올해 1분기는 5.2%까지 추락했다. 세계은행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원자재 수출과 민간 소비에 의존한 현 경제구조에서 인도네시아가 벗어나지 못할 경우 전형적인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코위 당선인이 연 7% 경제성장률을 공약으로 내놓았지만 현실적으로 달성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신 경기부양 노력에다 적극적인 개혁 정책이 더해지면 경제 토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하반기부터 성장률이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995년에 성장률 8.2%를 기록했지만 2년 뒤 외환위기 이후에는 7%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조코위 당선인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기반시설과 제조업 분야의 취약했던 부분을 개선하고 이후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늘려 연 성장률 7%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인프라 확충ㆍ부정부패 척결

인도네시아 차기 정부는 경제 재건을 위해 성장 견인차인 풍부한 노동력과 중산층 확대, 빠른 도시화를 발판으로 삼아 ▦인프라 확충 ▦부정부패 축소 ▦외국인투자 확대 등 구조적인 개혁을 단행할 전망이다.

조코위 당선인은 우선 낙후 정도가 심각한 인프라 확충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3~2014년 글로벌 경쟁력 지수에서 인도네시아의 인프라부문 경쟁력 지수는 148개국 중 도로 78위, 항만 89위, 전력 89위에 그치고 있다. 인프라 부족의 심각성은 인도네시아 정부도 잘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 부족으로 투자 규모는 과거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의 3%에 불과했다.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조코위는 대선 공약에서 고속도로 2,000㎞ 연장 등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서민생활에 직결돼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유류 보조금 축소를 통한 재원 확보, 토지 수용 및 보상 문제 해결 등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아 해결이 녹록하지 않다.

부정부패 척결도 인프라 확충 못지 않게 중요한 사안이다. 공무원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는 자원 배분 왜곡과 기업환경의 불확실성을 증대해 성장을 제약하는 주요 요인의 하나로 지적돼 왔다. 그래서 조코위도 척결 의지를 강조해 왔다.

2012년 인도네시아 부패지수는 177개국 중 114위. 1위인 덴마크의 9.1의 3분의 1 수준인 3.2에 불과했다. 기존 부패에 대한 조사와 처리를 위한 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행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규제 혁파와 의사결정 시스템 개선이라는 본질적 문제 또한 정치적 저항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과제다.

증가하는 외국인 자본 유입 유지도 성장의 관건이다.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투자는 전년 대비 12%, 2012년에 비해서는 5% 늘어났다. 외자 유입을 유지하려면 정책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을 축소할 뿐 아니라 생산비용 인하와 최저임금 상승 문제를 해결하는 등 기업 환경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임금 상승에 대한 노동계의 요구는 날로 거세지고 있다. 전기료 등 생산비용 상승은 인프라 부족과 연계된 구조적 문제여서 해결이 쉽지 않다. 점증하는 반외국인 투자 정서 역시 극복이 쉽지 않은 정치적 과제다.

유류보조금 철폐 여부 시금석

조코위의 야심찬 경제 재건 프로젝트는 집권 초기 착수할 유류 보조금 철폐에 성공이 가늠될 전망이다. 유류 보조금 철폐는 역대 인도네시아 정부가 매번 추진을 시도하다 국민들의 거센 반발로 그만 둔 해묵은 정치적 과제 중 하나다. 유류 보조금은 재정을 압박해 정책의 인센티브 확보를 어렵게 하고 인프라 투자 등 다른 국가 프로젝트의 실행을 어렵게 하는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유류 보조금 규모는 207억달러로 국가 예산의 20%를 차지한다.

당초 올해 보조금 규모는 170억달러였다. 그러나 에너지 수요가 확대돼 지난 6월 정부의 수정예산에서 에너지 보조금 규모가 늘어났다. 보조금 규모 증가에 따른 재정 압박도 부담이지만 증액된 보조금이 내년 세출로 잡혀 차기 정부의 정책수단을 제약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그렇다고 공약대로 4년간 단계적으로 유류 보조금 삭감에 나설 경우 보조금 삭감 때마다 되풀이됐던 심각한 소요 사태가 재현돼 정권 출범 초부터 정치적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BBC방송은 “유류 보조금 철폐는 조코위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현안이 분명하지만 역대 정권은 모두 실패했다”며 정책 집행의 어려움을 표현했다.

인프라ㆍ의료 분야 투자 전망 밝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2,200여개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조코위 후보의 친기업 정책과 정책 투명성 제고에 따른 반사이익만으로도 진출 여건이 상당히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 및 통관 등 대외경제정책 분야의 투명성 제고에 특히 많은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조코위 당선인이 한국과 인연이 두터운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가구 기업을 운영하면서 사업차 한국을 여러 차례 찾았으며, 수라카르타 시장과 자카르타 주지사로 있으면서는 교류 협력 차원에서 경북 안동과 서울을 방문했다.

일반론적인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임금ㆍ생산비용 상승으로 인한 애로는 거스를 수 없어 봉제와 신발산업 등 노동집약 업체들은 자체 경영 효율화 방안을 모색하거나 종국에는 생산기지 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코위 당선인이 공약에서 내세운 자급자족 경제 구현을 위해 구조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는 통상과 에너지 자원 분야에서는 인도네시아내 민족주의와 이에 기초한 보호주의 정책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 해소와 세수 확대를 위한 정책, 내년 아세안경제공동체 출범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 정비 등을 위해 국가산업표준과 수입 허가 라이선스 등을 강화하고 있는 점은 한국 기업에 적지 않은 진출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와 의료ㆍ교육 분야에서는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재원 투입 부담을 줄이면서 생활의 편의성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공항, 철도 등 기존 시설 확장과 전기와 통신설비 등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투자 기회가 생겨날 전망이다.

송유황 코트라 자카르타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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