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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해 여학생 살인' 악마같은 범죄수법에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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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해 여학생 살인' 악마같은 범죄수법에 경악

입력
2014.08.04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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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끓는 물 붓고 ‘앉았다 일어서기’강요

시신에 휘발유 붓고 불 붙이고 시멘트로 암매장

“집에 가고 싶어….”

가출 후 또래에게 끔찍한 폭행과 괴롭힘을 당하던 김해 모여고 1학년생 윤모(15)양은 숨지기 직전까지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윤양은 숨진 후에도 아버지 품으로 돌아가기까지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범죄 사실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철없는 아이들은 윤양의 시신을 훼손했고, 상상조차 끔찍한 방법으로 암매장했다. 윤양이 집을 나선지 한 달이 채 넘지 않은 시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불행의 시작… ‘잘못된 만남’

지난 5월, 창원지방검찰청 형사2부(부장 신명호)는 윤양을 폭행·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양모(15), 허모(15), 정모(15)양을 구속 기소했다. 이모(25), 허모(24), 다른 이모(24)씨와 또 다른 양모(15)양 등은 같은 혐의로 대전지방검찰청에서 구속 기소했다. 현재 이들은 재판에 넘겨진 상태로 각각 1심이 진행 중이다.

창원지검의 공소장에 따르면 양양, 허양, 정양은 중학생으로 김해에서 선후배 사이인 이씨 등과 어울렸다. 윤양은 이중 허씨의 친구인 김모(24)씨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사건은 윤양이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지난 3월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양은 김씨를 따라 집을 나간 후 피고인들과 함께 부산의 한 여관에서 지냈다. 김씨 등은 인터넷으로 ‘조건만남’ 대상을 물색해 윤양에게 성매매를 강요했고, 이 화대로 생활을 꾸렸다.

3월 29일, 윤양의 아버지가 가출신고를 한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은 윤양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아버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윤양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사실을 알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았지만 범죄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다음날인 30일, 윤양이 다니던 교회를 찾아가 승용차에 태운 후 울산의 한 모텔로 데려갔다.

토사물 먹이고 끓는 물 붓고…

끌려간 윤양은 울산과 대구 등의 모텔을 전전하며 다시 성매매를 해야 했다. 윤양이 모텔 내 컴퓨터를 이용해 페이스북에 접속한 것이 4월 4일. 남성 일행들은 윤양이 자신들의 위치를 노출했다며 화를 내고 때렸다. 이때부터 7명은 윤양을 감금하고 조를 짜서 감시, 학대했다.

이씨 등 남성들은 윤양과 여학생들을 번갈아 가며 일대일 싸움을 붙이고 관람했다. 무차별 폭행도 일삼았다. 7명 모두 윤양의 전신을 발로 걷어차거나 때렸고, 선풍기와 에프킬라 등 물품을 윤양에게 내던졌다. 냉면 그릇에 소주 2병을 부어 마시도록 한 후 윤양이 게워내면 자신의 토사물을 핥아 먹게도 했다.

범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랄해졌다. 괴롭힘에 못 견디던 윤양이 “너무 맞아 답답하니 물을 좀 뿌려달라”고 부탁하자 일행 중 한 명이 윤양의 팔에 끓는 물을 부었다. 이후 이들은 수 차례 윤양의 몸에 끓는 물을 부었다.

윤양의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화상으로 인해 몸 곳곳에 물집이 생기고 피부의 껍질이 벗겨졌다. 지속된 폭행과 강제 음주로 인해 물도 삼키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윤양에게 ‘앉았다 일어서기’ 벌을 100회씩 시켰고, 윤양이 “집에 가고 싶다”고 얘기할 때마다 구타했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던 윤양에게 구구단을 외우게 해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폭행하는 등 괴롭힘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일행 중 몇몇이 윤양을 괴롭히다가 지치면 다른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때리는 일을 반복했다.

섬뜩한 질문도 했다. 일행 중 한 남성이 윤양에게 “죽으면 누구를 데려갈 것이냐”고 물었다. 그리고 윤양이 답을 하면 지목된 여학생들이 보복 폭행을 가했다. 이 중 한 여학생은 보도블록으로 윤양을 내려치기도 했다. 4월 10일 오전 0시30분, 윤양은 대구의 한 모텔 인근에 주차된 승용차 뒷좌석 바닥에 웅크려 탈수와 쇼크로 고통을 받다가 급성 심장정지로 숨졌다.

윤양이 숨진 후에도 끔찍한 범행은 이어졌다. 이들 7명은 윤양의 시신을 산속에 묻기로 뜻을 모으고 다음날인 11일, 경남 창녕군의 한 과수원으로 향했다. 남성 일행 3명은 윤양의 시신을 묻기 전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얼굴에 뿌리고 불을 붙여 그을리게 만들었다. 3일 후, 범행 발각을 염려해 남성 3명과 여학생 2명이 모여 경남 창녕의 한 야산에 시신을 묻었다. 이때 시멘트를 반죽해 시신 위에 뿌리고 돌멩이와 흙으로 덮어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윤양을 2차 암매장한 직후 남성 일행 3명과 양양 등은 대전에서 한차례 더 살인을 저질렀다. 이씨 등은 양양에게 성매매를 시켜 화대를 벌 생각이었는데, 성매수 남성이 ‘꽃뱀’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자 머리를 둔기로 내려쳐 살해했다. 현재 양양과 남성 3명은 대전구치소, 허양 등 3명은 창원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애지중지 딸 잃은 애끊는 父情

윤양의 아버지 윤모(50)씨는 잔인한 범행에 할 말을 잃었다. 윤씨는 “딸이 잠시 집에 돌아왔던 날 겁에 질려 울면서 했던 말을 잊을 수가 없다”면서 “딸은 강제로 성매매를 하는 등 괴롭힘을 당하면서 하루에 밥을 한끼만 주곤 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일행들이 자신을 찾으러 올 거라며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윤씨에게 윤양은 각별한 존재였다. 늦은 나이에 딸을 얻어 애지중지했지만 사랑을 더 주지 못한 게 못내 마음에 걸린다. 윤씨는 운전 등을 하며 가정을 꾸렸지만 형편은 늘 넉넉하지 못했다. 술을 좋아하던 윤양의 어머니와 이혼한 후 김해로 이사했지만, 딸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학교 적응을 힘들어했다. 윤씨는 “딸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면서 “최근엔 교회에 열심히 다니며 친구를 사귀고 고등학생이 된다는 기대감에 차 있었는데 교복도 몇 번 입어보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윤씨는 사건 이후 생업도 놓은 채 창원과 대전을 오가며 피고인들의 처벌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딸의 장지를 찾으면 무서움에 떨었을 아이가 생각나 억울하고 화가 나는데, 재판을 참관할 때마다 ‘반성한다’는 말만 반복하는 아이들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면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만큼 제대로 처벌받아 딸과 같은 범죄의 희생양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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