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유예 10여일 후 끝나는데 경찰에 미루며 협조 요청도 안 해
"대안도 없이 공 떠넘겨" 경찰 불만
경기도, 민원 쏟아지자 사실상 허용
광역버스 좌석제(입석금지제)의 단속 유예기간 만료가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국토교통부는 단속권한이 있는 경찰에 어떠한 업무 협조 요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그 동안 “단속 권한은 경찰에 있으며 좌석제 조기정착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3일 국토부와 경기도, 경기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16일 고속화 도로를 지나는 광역버스에 대한 좌석제를 전면 도입하면서 8월 중순까지 한 달간 단속을 유예한 뒤 단속 등 방침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으로 유예기간 연장 방안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국토부의 좌석제 조기 시행 입장은 완강하다.
하지만 국토부는 좌석제 단속을 놓고 안전행정부나 경찰에 어떠한 업무 협조도 요청하지 않아 애초부터 단속이 무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경기도와 일선 시군들도 “지금 상황에서 단속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도로교통법은 입석 승객을 태운 채 고속도로를 달릴 경우 운전사에 대해 3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고 있으며 단속권은 경찰에 있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입석운행 단속을 놓고 국토부, 안행부, 경기도 등과 논의한 바가 없다”면서 “국토부가 대안도 없이 좌석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해 놓고 이제 와서 경찰에 공을 떠넘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토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이 시행 계획을 확정한 뒤에야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주민 불편이 극심한 상황에서 국토부 등의 대안 마련과 공식적인 요청 전에는 단속에 나서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규정 손질도 미루고 있다. 국토부는 입석 손님을 태우고 운행하는 운전자에게 10만원의 과태료를 매기고 1년에 3번 적발됐을 때 운전자격을 취소하는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5월 23일 입법 예고했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이 덜 됐다는 이유로 관련 조항은 2개월이 넘도록 내부 절차에 묶여있다. 이 조항이 통과되면 일선 지자체도 입석버스를 단속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가 책임을 경찰과 지자체에 떠넘기는 사이 민원 폭탄에 시달리던 경기도 등 지자체는 사실상 입석 운행을 허용 중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2일 “일부 대기 시간이 긴 정류장을 대상으로 (좌석제를)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출퇴근 시간대 계도를 포기한 것이다.
경기도는 남 지사의 발언 뒤 현장 점검에 나서 출퇴근 시간대 대기시간이 15~20분 이상 길어지면 입석 탑승을 묵인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입석을 허용하는 등 제도가 편법으로 운영되는데도 국토부가 언제부터 단속에 들어갈지 전혀 통보를 해주지 않고 있다”며“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좌석제 시행시기를 늦추자는 실무자들의 요청도 거부하고 있어 답답할 뿐”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경찰이 그 동안 입석승차 단속을 방기한 측면이 있다”면서 “(업무 협조와 관련)국무총리실이 주관해 부처간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ji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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