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유병언(73?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은신처였던 전남 순천시 송치재 ‘숲 속의 추억’ 별장에 비밀공간이 있다는 시민의 제보를 수 차례 묵살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제보 전화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했던 경찰의 해명도 거짓이었다.
순천에 거주하는 제모(59)씨는 검찰이 별장을 급습한 5월 25일 TV에서 ‘유병언이 머문 방을 며칠 전에 목수가 수리했다’는 뉴스를 본 뒤 순천경찰서 정보보안과와 수사과, 인천지검 등에 전화를 걸어 “벽을 두드려보면 소리가 다른 공간을 찾을 수 있다”고 수차례 제보했다. 지난달 제씨가 제보 사실을 밝혔지만 당시 순천경찰서는 “제보 전화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다 제씨가 114 이용 사실증명원을 제시하자 경찰은 3일에야 “제씨가 5월 20~28일 순천경찰서 정보보안과에 세 차례, 29일 수사과에 1차례 전화를 건 사실이 확인됐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별장 급습 당시 비밀공간에 숨어있던 유씨를 놓치고 한 달이나 지나서야 비밀공간의 존재를 확인한 터여서 제보 직후 비밀공간을 확인했다면 유씨를 조기에 검거하거나 최소한 도주 경로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유씨와 관련된 주요 정보를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고 누락시킨 정보과 직원들의 부실한 보고체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삼동 순천경찰서장은 “제보 전화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당시 누가 전화를 받았는지, 어떤 내용의 전화였는지, 제보가 왜 묵살됐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자를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순천=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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