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필즈상 수상자 52명 모두 남성
미르자카니 1호 女수상자 될지 관심
아빌라는 제3세계 첫 주인공에 도전
한국인 첫 기조연설자에 황준묵 교수
강연자도 늘어 국내 수학 위상 높아져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가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전 세계 수학자들의 대잔치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것도 뜻 깊지만,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역사상 사상 첫 여성수상자가 나올 지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필즈상 수상자 52명은 모두 남성이었다. 만약 이번에 여성이 받는다면 ▦상 수여자(개최국 국가원수인 박근혜 대통령)와 ▦수상자 ▦대회를 주최하는 세계수학연맹(IMU) 회장(잉그리드 도브시 미국 듀크대 석좌교수)이 모두 다 여성인 전무후무한 대회로 기록된다.
1호 여성 필즈상 수상자가 탄생할 가능성이 적은 것도 아니다. 세계 기하학 권위자인 메리엄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가 이미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박사학위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받았지만, 이란에서 태어나 학부 교육까지 이란에서 마쳤다.
남성 중에는 아르투르 아빌라 프랑스 파리6대학 교수와 만줄 바르가바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제이콥 루리 하버드대 교수 등이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아빌라 교수는 수학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브라질이 배출한 수학자로, 만약 그가 수상의 영예를 차지한다면 제3세계에 첫 필즈상을 안기는 주인공이 된다.
사실 필즈상은 상금이 많지 않다. 노벨상(100만 달러)의 5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도 노벨상 못지 않은 무게로 간주되는 이유는 '40세 미만'이라는 독특한 수상 자격 제한 덕분이다. 지금까지 남긴 업적 보다는 앞으로 남길 업적에 더 주목한다는 게 이 상의 취지다. 필즈상 수상자로선 그만큼 더 많은 연구 기회가 열리게 됨은 물론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상을 받은 후 대중강연 등 연구 외 활동에 치우치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역대 필즈상 수상자들은 대부분 상을 받기 전 수학자 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했다. 때문에 기조강연자로 선정되면, 그만큼 필즈상에 가까이 간 수학자로 인정받는 뜻이 된다. 한국 수학계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기조강연자(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를 배출했다. 황 교수는 우리나라 가야금연주의 대가인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장남이기도 하다.
또 기조강연자에 버금가는 권위를 갖는 초청강연자도 여럿 있다. 강석진 이기암 하승열(서울대), 김범식(고등과학원), 김병한(연세대) 교수가 그 면면이다. 이전 대회까지 초청강연을 맡았던 한국인이 총 5명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수학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필즈상만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네반리나상(수리정보과학), 가우스상(응용수학), 천상(기하학), 릴라바티상(수학대중화) 수상자도 대회 때 함께 발표된다. 이 중 상금이 가장 많은 건 천상으로 50만 달러나 되는데, 수상자는 상금의 절반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기부하는 독특한 규정이 있다. 어디에 기부할 지는 전적으로 수상자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천상을 둘러싼 학계의 관심은 수상자의 ‘입’에 쏠리곤 한다.
1897년 16개국 208명의 수학자가 스위스에 모여 시작된 수학자대회는 27회인 올해 100개국 5,000명이 참가하는 대형 잔치로 확대됐다. 명실공히 기초과학 최고(最古) 학회다. 국내 수학자들은 이 대회를 서울에 유치하기 위해 2007년부터 세계 곳곳을 누볐다. 박형주(포스텍 교수)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은 “해마다 비행기로 10만~15만마일씩 다녔다”며 “학생을 포함한 일반인을 위한 행사도 풍성하게 준비한 만큼 우리 사회가 수학의 재미와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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