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공습폭격 26일 만에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 1700여명
"작전 성공" 일방적으로 선언할 듯, 하마스 "항전 계속하겠다" 표명
이스라엘이 2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심 지역에서 병력을 일부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목표로 했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땅굴 파괴 작전을 완료한 뒤 전면 철수해 일방적인 승리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탱크 등 일부 병력을 가자 남부 칸 유니스 동쪽에서 이스라엘 접경으로 재배치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은 또 피란 중인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야 주민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도 안전하다고 통보했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도 이스라엘 내각이 가자지구 작전 중단을 결정했으며 병력을 철수한 뒤 작전 성공을 선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8일 가자지구 공습을 시작으로 약 열흘 뒤 지상군까지 투입해 이 지역을 무차별로 공격했던 이스라엘군이 병력 재배치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측 사망자는 1,700명을, 부상자는 9,000명을 넘어섰다. 지상작전 이후 늘어난 이스라엘군측 사망자도 60여명에 이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TV 담화를 통해 땅굴 파괴 후 “이스라엘군은 안보상 필요에 따라 이후 작전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가자 경계의 땅굴 파괴를 완료한 뒤 현재 실시 중인 가자지역 작전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는 “(일부)병력이 가자에 남아 하마스 땅굴 파괴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면서도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1,3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측 사망자가 나온 2008년 12월 가자 공격 때도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네타냐후는 “우리는 이스라엘에 평온을 되찾겠다고 약속했고 그것이 우리가 하려는 것”이라며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병력이 필요하더라도 그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마스를 향해서도 “공격을 계속하는 한 견디지 못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더라도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마스 대변인은 “네타냐후가 거짓 승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가자 봉쇄 해제 전까지 항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향후 철수하더라도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철군 움직임에도 불구, 이스라엘 군은 3일에도 유엔학교를 포함해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27일째 이어갔다. 가자 남부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일가족 10명을 포함해 15명이 숨졌고 미사일이 떨어진 유엔학교에서는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부상했다.
당초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대표들은 이날 이집트에서 만나 휴전 협상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이스라엘이 참가하지 않아 사실상 무산됐다.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은 “하마스와 수 차례 휴전 합의를 했지만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며 “어떤 협상도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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