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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진보정치가 사는 길

입력
2014.08.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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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02년 대선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던진 한마디 안부는 많은 서민들 가슴에 절절히 다가왔다. 권 후보는 당시 100만에 육박하는 표를 얻어 3위를 차지했다. 2000년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내걸고 창당한 민노당은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며 자평했다. 대선의 성과는 2년 후 진보정당 최초의 원내진출을 이끌었다. 2004년 총선에서 13%의 정당 지지를 받고 국회의원 10명을 배출했다. “못 배우고, 가난하고, 힘없는 것이 더 이상 한이 되지 않는 사회를 향해 힘차게 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제도권에 화려하게 진입했던 진보정당이 10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6ㆍ4지방선거에 이어 7ㆍ30재보궐선거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은 전체 선거구 15곳 중 각각 7곳과 6곳에 후보를 냈지만 단 1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6ㆍ4지방선거에서도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을 단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재보궐선거에서 진보진영의 대표 주자인 노회찬 정의당 대표마저 주저앉았다. 평택을에서 유일하게 진보 단일후보로 쌍용차 해고노동자인 김득중 후보가 나섰으나 현실정치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 진보의 몰락은 통진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당권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등의 여파다. 진보란 단어가 ‘종북’과 동일시되면서 대중의 지지는커녕 혐오의 대상이 됐다. 깨끗한 이미지는 사라지고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집단으로 낙인 찍혔다. 고질적인 노선 투쟁으로 진보정당은 사분오열 양상이다. 정의당과 통합진보당, 노동당, 녹색당까지 네 개의 정당이 각개약진하고 있다.

▦ 진보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분명히 존재한다. 사회 양극화, 불평등, 비정규직, 민영화, 실업 등 진보적 의제가 차고도 넘친다. 선거 참패 후 진보의 재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흩어진 진보가 뭉쳐야 한다는 통합론이 다시 대두된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진보정당이 한 지붕 아래 모이는 ‘빅텐트’론과 진보정당끼리 모이는 ‘진보대통합’, 통진당 내 경기동부연합을 배제한 진보통합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헤쳐모여식 통합이 능사는 아니다. 실질적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비전과 이를 실현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 치열한 자기반성을 통해 ‘쓸모 있는 진보’로 거듭나야만 떠났던 민심이 돌아온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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