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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쇄신 숙제 앞에 새정치 앓는 시늉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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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쇄신 숙제 앞에 새정치 앓는 시늉만

입력
2014.08.0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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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비대위 리더십 벤치마킹… 외부 혁신인사 대거 수혈" 의견도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상임고문들이 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7·30재보선 참패로 지도부 사퇴에 대한 당의 진로를 논의하기 위한 비대위 구성 비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상임고문들이 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7·30재보선 참패로 지도부 사퇴에 대한 당의 진로를 논의하기 위한 비대위 구성 비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7ㆍ30 재보선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이 구태를 벗고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수반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계파 이해에 갇혀 ‘그 밥에 그 나물’식 인적 교체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적 쇄신을 위해서는 계파 수장이나 중진들이 그간의 계파 정치 폐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용퇴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손학규 상임고문의 정계은퇴 선언 외에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책임 지는 사람 없다

2012년 총선을 시작으로 이번 재보선까지 새정치연합은 3년째 쓴 잔을 맛보고 있지만, 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제1 야당에 대한 민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선거 이후엔 당의 이름과 대표 얼굴만 바뀌었을 뿐이다. 각 계파들은 책임을 나누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새로운 인물을 수혈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오히려 계파라는 울타리 안에서 기득권 확보에 몰두했다. 한마디로 상대 계파의 위기는 곧 나에게는 기회였던 것이다.

재창당 수준의 인적 혁신이 없는 한 이런 상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7ㆍ30 재보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계파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중진들은 또다시 차기 당권에 도전할 의사를 내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주도 세력들이 10년 넘게 당의 대표 역할을 해 왔다”며 “지난 총선ㆍ대선 패배로 사실상 이들의 역할은 끝났다”고 말했다.

당 내에선 이러한 분석에 대한 공감대가 적지 않지만 중진에 대한 일선 후퇴 요구는 또 다른 세대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고 있다. 우상호 의원은 “세대교체 요구는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손 고문은 낙선 이후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에 다른 계파 수장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재선 의원은 “당권 경쟁에만 몰두하는 중진들은 손 고문 은퇴를 계기로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내에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가 없다”는 기류가 부글거리고 있는 것이다.

세대 교체에 나서야 하는 486도 자유롭지 못해

인적 혁신론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것은 중진을 대체해야 할 486 인사들도 계파정치의 폐해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도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10여 년간 계파 울타리 안에서 정치적으로 성장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486 그룹의 한 재선 의원은 “세대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 역시 책임이 크기 때문에 전면에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재보선 패배의 직접적 원인으로 꼽히는 전략공천 파동의 경우도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책임 못지 않게 486 출신 기동민 서울 동작을 후보와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 간 갈등과 이를 방기한 다른 486들의 책임이 크다는 얘기가 많다. 486 세력에 대해선 학생운동 방식의 대여 강경 투쟁만을 고집하고 대안적 정책 생산 능력을 키우지 못해 국민적 신뢰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486 세력이 전면에 나설 경우 당내 온건파와의 노선 투쟁이 재연될 공산도 크다.

새누리당 벤치마킹 필요

정치권에선 19대 총선에 앞서 새누리당이 당시 유력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구성한 비대위 체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야당(민주당)이 질 수 없는 선거’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박 대통령은 외부인사인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비대위원 등을 발탁,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예상을 뒤엎고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과거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도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 물갈이’로 위기를 타개한 적이 있다. 탄핵 역풍과 불법 대선자금 사건 등으로 총선 완패가 예상됐지만, 중진 26명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공천심사 과정에서 최병렬 대표 등 중진들을 탈락시킨 대신 30~40대 신인을 대거 발탁했다. 당시 제1 당 지위를 열린우리당에 내주긴 했으나 목표였던 개헌저지 의석을 초과한 100석을 얻어 최악의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에서 논의 중인 비대위 체제가 이처럼 외부 인사를 대거 수혈해 새로운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일 박영선 원내대표와 상임고문 및 중진들과의 회동에서는 당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비대위를 구성한 뒤 내년 1~3월쯤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장은 당 내부 인사가 맡되, 비대위원에는 외부인사를 대거 참여시키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박범계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대해 일부 계파에선 “당 사정을 모르는 사람을 쓰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비대위원장 권위가 확립되지 않을 경우 비대위원 선임과 권한을 두고 계파간 힘겨루기가 벌어지면서 인적 혁신 논의가 공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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