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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연주는 선생님 자세 더듬으며 배워

입력
2014.08.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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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음악캠프 필하모니 음대 진학 원하는 학생 오디션 선발

멘토 스쿨· 1대1 수업으로 기술 전수 단원 14명 콘서트 감동의 앙상블

1일 뮤진홀에서 열린 시각장애 청소년 음악캠프 필 하모니 미니콘서트에서 '쇼스타코비치 왈츠팀' 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연주하고 있다.
1일 뮤진홀에서 열린 시각장애 청소년 음악캠프 필 하모니 미니콘서트에서 '쇼스타코비치 왈츠팀' 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연주하고 있다.

1일 낮 12시 서울 서초구 뮤진홀 대회의실에서는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의 경쾌한 듯 슬픈 선율이 흘러나왔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플루트, 트럼펫 등 실내 관현악기들이 어우러진 멋진 합주였다. 연주하는 학생들은 앞에 펼쳐진 악보에 음표가 아닌 점자가 가득했다는 것만 다를 뿐 여느 음악교실처럼 진지했다. 학생들은 귀에 익숙한 동요 ‘할아버지의 헌시계’부터 헨델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베토벤 ‘소나타 5번’, 국악 ‘한범수류 해금산조’까지 다양한 장르와 난이도의 작품들을 소화했다. 시각장애 청소년 음악캠프 ‘필 하모니(Feel Harmony)’ 단원 14명이 일주일간의 프로그램을 끝낸 뒤 졸업작품을 겸해 연 작은 콘서트다.

서울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이 주관한 이 캠프는 음대 진학을 희망하는 장애 학생들을 위해 마련됐다. 취미활동 수준이 아닌 음대 진학 등 전문 음악인을 양성하기 위한 심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선발 과정부터 엄격했다. 지난달 17일 오디션을 통해 맹학교 중ㆍ고교 과정에서 음악을 전공하거나 전공 예정인 초ㆍ중ㆍ고교생 14명을 선발했다. 오전에는 해금 연주가 변종혁, 피아니스트 전혜경 등 전ㆍ현직 교수들과의 1대1 마스터클래스 수업을, 오후에는 합창 및 개인연습과 뮤지컬 공연 체험 등 다양한 음악 수업을 받았다.

‘멘토 스쿨’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시각장애 음대생 5명이 직접 찾아와 연주도 들려주고 진학에 관해 조언하는 시간을 가졌다. 복지관의 당화정 관현맹인팀장은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였던 선배들이 피부에 와 닿는 얘기를 들려주니 학생들이 더욱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콘서트가 성사되기까지 곡절도 많았다. 학생들이 대부분 개인교습 위주로 공부해온 탓에 전체가 어우러져 교감하는 합주를 소화하기는 쉽지 않았다.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팀이 특히 심했다. 그래서 친구들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1대1 기술수업을 병행했다.

시각장애인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없는 일부 교수들도 일일이 말로 풀어서 설명하느라 교습에 애를 먹었다. 학생들은 교수들이 특정 자세를 취하면 그 모습을 손으로 만져 이해하는 ‘신체 접촉’을 통해 난관을 극복했다. 재활센터 교사들은 학생들의 악기에 맞게 원래 악보를 점자로 바꾸는 점역 작업을 했다. 피아노 악보의 경우 악보를 점역해 시각장애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악보로 바꾸면 2.5배 분량으로 늘어난다. 음의 높낮이 뿐 아니라 길이, 셈여림, 표현 방법 등을 모두 기호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콘서트는 큰 박수갈채와 함께 감동적으로 마무리됐다. 트럼펫 김민태(15) 군은 “음악 재능이 없어서 취미활동으로만 연주했는데 선생님께서 응원해 주셔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고마워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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