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연방게임서 2위에 그쳐
남자 800m 세계신기록(1분40초91)을 보유하고 있는 다비드 레쿠타 루디샤(26ㆍ케냐)가 덜미를 잡혔다.
루디샤는 1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영 연방게임(커먼웰스) 800m레이스에서 1분45초48로 결승선을 통과해 2위에 그쳤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움켜 쥔 루디샤로선 만족스럽지 못한 레이스였다. 하지만 루디샤는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자신을 따돌리고 챔피언에 등극한 니젤 아모스(20ㆍ보츠와나)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그의 승리를 축하했다. 루디샤는 아모스에게 “나의 형제여! 잘해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케냐의 국기를 온몸에 두르고 트랙을 돌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는 “은메달을 차지하게 돼 기쁘다”라며 “아모스는 나의 강력한 라이벌이다”라고 치켜세웠다. 루디샤는 런던 올림픽 직후 무릎부상을 당해 2013년 한 해를 통째로 쉰 뒤 올해 초 트랙에 복귀했다.
영 일간 가디언은 이에 대해 프로복싱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가 조 프레이저에게 패한 뒤의 장면과 겹친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프레이저에게 무릎을 꿇은 알리가 수많은 팬들이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을 에워싸고 있을 때, 윙크를 보내며 반드시 챔피언으로 되돌아오겠다고 다짐한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아모스 역시 2년전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열 여덟 살의 나이로 런던올림픽에서 루디샤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절치부심한 아모스는 올들어 다이아몬드리그에서 두 차례나 자신의 우상 루디샤를 꺾었다. 아모스는 커먼웰스에서 1분45초18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아모스의 트레이닝 파트너 안드레 올리버가 1분46초03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모스는 레이스 직후 “100m를 남겨뒀을때 스크린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약간 공황상태에 빠졌다. 내 자신이 선수들에 둘러싸여 박스권에 갇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훈련 파트너 안드레가 나를 빠져 나오게 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아모스에게는 이번 우승이 첫 메이저 타이틀이다. 그는 열 다섯 살 때 유투브를 통해 루디샤의 경기모습을 보고 800m에 입문했다. 지난해는 허벅지가 변형될 수 있는 치명적인 부상위험을 딛고 재기에 성공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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