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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의 길 위의 이야기] 이름

입력
2014.08.0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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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름에 무척 민감한 것 같다. 옛 사람들은 이름 외에 자호를 여러 개 만들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비용을 치르는 이들도 있다. 며칠 전 대법원에서 2013년 신생아에게 지어진 이름 중 인기 있는 것들을 성별로 발표했다. 남자아이 이름으로는 민준과 서준, 여자아이 이름으로는 서연과 서윤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주원, 민서, 준서 등도 인기 있는 이름에 포함됐다. 이들 이름은 거의 대부분이 중성적인 느낌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성적인 이름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얼까. 내 짐작으로는, 부모들이 자신들의 아이에게 이름으로부터 오는 어떤 제한적인 이미지의 속박을 벗겨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누가 봐도 남자 같은 이름을 가진 남자아이는 남자답게 자라야 한다는 강박이 이름과 함께 주어질 테고, 누가 봐도 여성스러운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 역시 비슷한 구속이 그 아이의 삶을 따라다닐 것이다. 그런데 이에 비하면 중성적인 이름은 어떤 고정적인 이미지에 묶이지 않고 자신의 취향이나 개성 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기표가 되어줄 수 있다는 고려가 있었을 것이다. 여담인데 내게는 영미식 이름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트레이시다. 트레이시 역시 미국에서는 중성적인 느낌을 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트레이시를 내 이름으로 정할 때 고려한 것도 바로 그 점이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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