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릭 펠루 지음ㆍ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ㆍ320쪽ㆍ1만5,000원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했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사인이 ‘호흡곤란으로 인한 질식사’라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 책은 예수를 시작으로 넬슨 제독, 베토벤, 마리 퀴리, 카미유 클로델, 스탈린, 윈스턴 처칠 등 역사 속 인물들이 맞이한 임종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역사 속 인물들의 사망 진단서를 다시 작성해 모은 셈이다.
베토벤은 청소년기가 끝날 무렵부터 납 중독으로 고생하다 청력을 잃었고 우울증과 싸워야 했으며 여러 질병으로 싸우다 마흔다섯의 나이에 온몸이 납으로 중독된 채 사망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질식사한 에밀 졸라는 자살인지 살해인지 우연한 사고인지 확실치 않다. 응급의학과 의사인 저자는 “위대한 인물들의 마지막 순간, 그 순간의 임상학적 진실을 당대의 의학적 맥락 속에 가장 가깝게 위치”시키겠다는 생각으로 30여명의 인물들과 워털루 전쟁 및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수많은 사상자들의 최후를 재구성한다.
책의 마지막 주인공은 TV나 영화 등에 출연했던 수많은 동물이다. 저자는 TV가 처음 등장한 뒤로 지금까지 한번도 고역을 치른 적이 없는 동물이 “곰, 아니 곰 인형”이라면서 동물 학대를 개탄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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