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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주의가 낳은 괴물...日王도 통제못한 특A급 전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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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주의가 낳은 괴물...日王도 통제못한 특A급 전범들

입력
2014.08.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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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톈런 지음ㆍ박윤식 옮김

나남 발행ㆍ458쪽ㆍ2만2,000원

태평양전쟁 주범인 대본영 참모들

충성스런 전사와 동떨어진 실체 해부

종전 70년 불구 日군국주의 진행형

"괴물의 역사 부활 경계해야" 경고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도조 히데키(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내각. 전후 14명 중 11명이 A급 전범 피의자로 재판을 받았다. 도조는 체포되기 직전 권총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1948년 12월 23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나남 제공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도조 히데키(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내각. 전후 14명 중 11명이 A급 전범 피의자로 재판을 받았다. 도조는 체포되기 직전 권총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1948년 12월 23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나남 제공

해마다 8월이 되면 한국과 중국의 관심은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구(千代田區)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로 쏠린다. 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이곳에 현직 총리를 비롯해 얼마나 많은 고위 관료가 참배하느냐에 따라 한일ㆍ중일 관계가 해빙모드로 흘러갈 수도, 차갑게 얼어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본영의 참모’는 야스쿠니 전범을 포함한 태평양전쟁 주범들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대본영(大本?)은 전시에 임시로 설치된 일본 육군 및 해군의 최고 통수기관을 일컫던 말이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때도 설치됐으나 태평양전쟁 때 그 권력이 정점에 달하면서 대본영이란 단어에는 2차대전의 원흉이란 그늘이 드리워지게 됐다. 중국인으로 현재 일본에 거주 중인 저자는 끔찍했던 전쟁의 기억이 또 다시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대본영의 참모들을 주목하게 됐다고 말한다.

전쟁이 끝난 후 도조 히데키를 필두로 한 A급 전범 28명이 도쿄 국제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이중 7명이 교수형에 처해졌고 16명이 종신형을, 2명이 20년과 7년의 징역형을 받았으며 2명은 판결 전 병사, 한 명은 매독과 정신병으로 기소를 면했다. 저자는 28명 중 교수형 또는 종신형에 처해진 이들을 A급 전범 중에서도 ‘슈퍼 A급 전범’이라고 지칭하며 이들의 공통점이 참모 경력임을 지적한다. 조선과 만주, 청나라를 짓밟고 전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든 주범들이 바로 이 참모들이라는 것이다. “이 대본영 참모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은 바로, 그 전쟁을 일으키고 지휘했으며 마지막으로는 패전을 자초한 이른바 ‘황군의 엘리트’들이었다.”

저자가 본 참모들의 실체는 천황폐하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충성스런 전사의 모습에서 한참 동떨어져 있다. 이들은 군령을 허위로 전달하고 군법을 밥 먹듯 어겼으며 나중엔 정부조차 손 쓸 수 없을 만큼 커진 권력을 휘둘러 자기 멋대로 전쟁을 일으켰다.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일어난 한 사건은 참모들이 전쟁을 어떻게 지휘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1944년 10월 필리핀 레이테섬에서 미군에 참패한 일본군은 패색이 완연해졌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러나 대본영은 기죽지 않고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는데 바로 전 일어난 대만해전에서 일본군이 대승했다는 보고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당시 미군의 손실은 순양함 두 척뿐이었다. 승리 보고에 의심을 품은 정보참모는 직접 대만해전의 지휘부를 방문한 뒤 아연실색했다. 해군 참모들이 희희낙락하며 칠판에 허위로 전과를 추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격침시켰다는 함정 중에는 이미 하와이 해저에 잠들어 있는 전투함 애리조나호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즉시 전보로 이 사실을 보고했으나 대본영은 그의 보고를 접하지 못했다. 당시 소좌로 있던 ‘쇼와시대 3대 참모’ 세지마 류조가 전보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중간에서 가로채 불태웠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본의 엘리트 숭배주의가 대본영 참모라는 무지하고 오만한 괴물을 탄생시켰으며 이들이 손에 넣은 지나친 권력이 일본의 광기 어린 질주의 발판이 됐다고 분석한다. “이제 이 괴물의 역사는 모든 나라들이 연구하고 또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괴물이 어떠한 모습으로 언제 어디서 갑자기 부활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비전문가라고 말하는 저자는 각 참모들에 얽힌 일화나 당시 그들의 속내를 거침없이 서술하는데 정확한 출처 표기가 없기 때문에 읽는 이에게 취사선택의 자세가 요구된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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