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바더맨 지음ㆍ이규성 옮김
심산 발행
어려서부터 미국은 거대한 물음표였다. 커다란 세계 전도 안 미국의 땅덩어리는 넓었다. 한반도 40개는 족히 들어갈 크기의 땅은 자로 잰 듯한 선 또는 간결한 곡선으로 나눠져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 위정자들이 탁자 위에서 땅을 나눈, 식민의 흔적이었다. 서로 다르면서 성조기 아래 묶인 미국인의 정체성이 엿보였다. 다양성은 이민으로 더 강해졌다.
물음표의 몸통은 다양성을 넘어 통합을 어떻게 일궜냐였다. 어릴 적 교과서에선 ‘인종의 용광로’로 단순 명료하게 전달했다. ‘용광로’란 단어는 충돌의 이미지를 완곡히 밀어냈다. 자유와 민주라는 두 단어가 다양한 인종과 다종한 문화를 결합해 미국을 강대국으로 끌어올렸다고 학교는 가르쳤다. 미국은 200여년 동안 다툼보단 화합으로 ‘위대한 국가’의 기틀을 다졌다고 생각했다. 남북전쟁은 강대국이 되는 과정에서 겪은 홍역 정도로 여겨졌다.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네 명의 대통령이 암살당한 어두운 역사 자체가 복잡다단한 미국의 실체를 암시했다. 영국 청교도의 ‘이민’으로 씨를 뿌렸고 이민으로 완성된 국가이니 내재된 갈등이 적지 않으리라고 가늠했다.
‘두 개의 미국사’를 읽고 의문이 해소됐다. 평면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미국 역사의 숙명을 다룬 이 책은 미국의 과거를 입체적으로 돌아본다. 책의 부제는 ‘남부인이 말하는 미국의 진실’이다. 저자는 미국 테네시주에서 태어난 남부인으로서 남쪽과 북쪽으로 갈려진 미국의 역사를 전한다. 승자 북부가 기록한 역사가 아닌, 패자의 시선으로 복원한 역사가 흥미롭다.
책은 출발부터 달랐던 북부와 남부의 식민지 발전 과정부터 소개한다. 초기 정착민의 성격부터 달랐다. 영국의 미국 이주는 네 가지 갈래였다. 영국국교회의 종교 탄압을 피해 ‘메이플라워’를 탄 청교도들은 동북부 매사추세츠로 이주했다. 주로 잉글랜드 동부 지역인 이스트앵글리아에 살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양키’의 원조였다. 반면 영국왕 찰스 1세를 지지한 왕당파와 그들의 하인들은 남부 버지니아에 정착했다. 런던 남부 출신들이었다. 퀘이커교도는 북부 델라웨어 계곡과 펜실베이니아에 뿌리내렸고 북잉글랜드 출신 영국인이 현재의 워싱턴 서부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북부 사람들은 새 거주지에서 종교적 이상을 실현하려 했다. 근면성으로 신에 대한 충성을 다하려 했다. 남부 식민지 이민자들은 담배 수출로 부와 사회적 지위를 구축했다. 척박한 땅에서 종교로 뭉친 북부 사람들은 엄격한 사회 규범을 따랐다.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의 배경은 북부였다. 자유라는 미국의 상징어도 남부와 해석을 달리했다. 북부인에게 자유는 공동체 전체를 위한 규범적인 자유였다.
부의 편중도 달랐다. 17세기 후반 청교도의 중심지인 보스턴에선 부유층 10%가 전체 부의 절반을 차지했고 버지니아에선 상위 10%가 3분의 2의 부를 독점했다.
책은 구성원부터 달랐고 구성형식에도 차이가 있던 남부와 북부가 하나의 울타리 안에 들어가면서 갈등과 대립이 예고됐다고 본다. 독립 전후부터 이어진 반목이 남북전쟁으로 발화했고 이후 잠복된 국가 문제로 지속됐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역사를 이해하고 미국 현대 정치의 메커니즘까지 파악하게 해준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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