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치료 경험 땐 꼭 검진을
국립암센터는 최근 “특별한 증상이 없는 일반인은 갑상선암 검진을 위한 초음파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초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수검자가 갑상선암 검진을 원하면 검진 득실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 뒤 검진을 실시하라”고 함께 권고했다. 검진을 받으라는 것인지 말라는 건지 아리송해 혼란스럽기만 하다. ‘착한 암’이라는 갑상선암도 한 해 300여명이 사망하는 암이다.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회장 윤정한 화순전남대병원 내분비외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갑상선암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했다.
‘착한 암’?
갑상선암은 진행 속도가 느리고 예후가 좋아 착한 암이 맞다. 단, 갑상선암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는 종양이 빨리 자라거나 예후가 좋지 않아 목숨을 잃기도 한다. 암세포 성숙정도를 분화도라고 한다. 그래서 분화암과 미분화암으로 구분한다.
성숙이 비교적 잘 된 분화암은 정상세포와 많이 닮았고, 미분화암은 정상세포와 거의 닮지 않고 미성숙한 형태다. 미분화암은 빨리 분열하면서 퍼지고, 진단 시 수술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진단 후 1년 내 많이 사망해 검진과 치료를 해야 한다.
위치가 좋지 않은 갑상선암도 착하다고 할 수 없다. 갑상선 암이 기도와 식도, 혈관, 림프절, 성대 신경 주위에 있다면 전이할 가능성이 높다. 폐로 퍼졌다면 호흡곤란과 각혈이, 뼈로 퍼졌다면 쉽게 골절되거나 심하게 아프다. 척추신경을 압박해 하반신이 마비될 수 있다.
검진해야 하나?
증상이 없으면 검진하지 말라는 국립암센터 권고는 일반인 대상이다. 고위험군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갑상선암 발병 위험이 높으면 조기 발견과 치료가 필요하다. 갑상선암은 과거 방사선 치료를 한 적이 있다면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또한 어릴 때 두경부 조사(照射)와 전신 방사선 조사를 했다면 갑상선암 고위험군이다.
가족력도 주 위험인자다. 부모가 갑상선 유두암이나 여포암에 걸렸다면 자녀의 발병 위험도는 아들에서 7, 8배, 딸에서 2.8배 높다. 특히 가족성 갑상선암은 일반 갑상선암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 가족성 갑상선 수질암은 RET이라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겨 나타난다. 따라서 환자가 가족성 갑상선 수질암이라면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 고위험군은 정기 검진을 해야 한다.
수술은 어떻게 하나?
정부가 발표한 검진 권고안은 무증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검사’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이미 갑상선 종양이 진단된 환자가 회의적인 마음을 갖거나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부는 “이미 갑상선암이 발견됐다면 의학계가 정립해 높은 관련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치료 관련 지침은 어떨까. 0.6~1㎝ 갑상선암은 측면 림프절 전이와 원격전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추적 관찰보다 수술이 권유된다. 1㎝ 이상은 수술한다. 0.5㎝ 이하라면 주위 림프절로 진행된 흔적이 발견되거나 초음파 상 악성을 시사하는 경우를 빼고는 악성 여부를 판단하는 미세침 세포검사를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0.5㎝ 미만이라도 결절이 기도, 식도, 혈관, 림프절, 성대 신경 주위에 있다면 수술해야 한다. 1㎝ 미만의 작은 갑상선암도 예후가 좋지 않거나 암이 전이돼 공격적인 양상을 보일 것인지를 예측할 방도가 없다. 따라서 크기만으로 수술을 결정하기보다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박해린 강남차병원 외과 교수(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총무이사)는 “암은 다른 질병보다 의외성이 많고, 크기가 작아도 전이될 수 있고, 같은 크기의 종양이 있는 환자라도 상황에 따라 치료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획일된 기준으로 수술을 결정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며 “환자의 상황을 고려해 전문의와 충분한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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