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논란 거듭 끝 결론, 주파수 700㎒ 대역서 20㎒ 폭 사용·비용 최대 5조원 가량 소요될 듯
넘어야 할 산도 많아, 외국 구조대와 소통 불가능· 테트라 도입 지차체와 호환문제도
11년간 논란만 되풀이하던 국가의 재난안전통신망이 LTE 방식으로 결정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31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거쳐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기술방식을 LTE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은 비상시 경찰 소방관 등 공무원들이 무전기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며 구조 작업 등을 신속하게 하기 위한 필수 시스템이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때 소속이 다른 구조대가 서로 다른 통신 방식의 무전기를 사용해 의사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이 추진됐다.
그러나 11년 동안 어떤 기술 방식으로 도입할 지 논의만 거듭한 채 결론을 내지 못하다가, 올 5월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11년째 진전 없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사업을 조속히 결론 내겠다”고 발표한 뒤 두 달 만에 전격적으로 LTE 방식이 채택됐다.
재난안전통신망 결정이 11년이나 미뤄진 논란의 핵심은 테트라 방식의 채택 여부다. 테트라는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T)가 재난 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무선 통신 시스템으로, 미국 모토로라에서 관련 장비와 무전기 등을 공급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테트라를 도입하면 모토로라에 기술 종속 우려가 있다는 문제와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 등이 불거졌다. 그렇다고 테트라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 기술도 없었던 것.
미래부가 테트라를 제치고 LTE를 선정한 이유로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앞선 통신 기술을 내세웠다. 사고 현장의 모습을 영상으로 실시간 전송하며 구조 체계를 가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테트라는 올 5월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타당성심사에서 오래된 기술이므로 화상 등 대용량 데이터 전송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미래부는 LTE 방식으로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하면서 전용 통신망을 따로 설치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건물 내부나 지하 등 일부 지역은 기존 이동통신업체들의 LTE 망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도 비용은 최대 5조원 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여기에 철도 관제에 필요한 철도통신망과 바다 위 선박들의 안전 통제를 위한 해양수산부의 e-내비게이션망도 통합한다. 강성주 미래부 정보화전략국장은 “예산이 1조 후반에서 최대 5조까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 필요한 주파수는 700㎒ 대역에서 20㎒ 폭을 사용하기로 하고, 이를 국무조정실 주파수 심의위원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주파수 할당 여부는 앞으로 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전용 단말기 개발이다. LTE 방식이지만 기존 스마트폰으로 비상 통신을 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재난안전통신망용 단말기는 비상 상황시 기지국이 없어도 무전기처럼 단말기끼리 서로 통신이 돼야 한다. 지진 화재 홍수 등으로 정전이 발생하면 기지국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서, 사고 현장에 투입된 구조 요원들은 테트라 방식의 무전기처럼 기지국이 없는 상태에서도 단말기끼리 통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구조 요원들이 2개의 단말기를 갖고 다니는 방안과 이동 기지국 투입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더 큰 장애는 아직까지 LTE 방식을 재난안전통신망으로 구축한 사례가 없다 보니 관련된 LTE 표준기술이 마련되지 않아 단말기에 반영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만에 하나 외국 구조대의 도움이 필요한 대형 재난이 발생할 경우 이들 구조대와 소통이 불가능하다. 유럽과 중국은 테트라 방식, 미국은 독자 방식인 앱코25방식을 재난안전통신망 기술로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테트라 방식을 도입한 지자체와 호환 문제도 있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 논란이 11년 동안 이어지자 서울 경기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울산 등 주요 광역시 경찰과 일부 지역 소방서들은 자체적으로 테트라 방식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사업을 맡은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테트라망을 사용하지 않는 지역부터 우선 LTE로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하고, 테트라를 사용하는 지역은 제일 나중에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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