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명 핫펠트로 첫 솔로 앨범 발표
“앨범 준비하면서 박진영 피디(PD)님과 수 차례 전쟁을 했어요. 콘셉트 설정부터 타이틀곡 선정까지 제 색깔을 찾고 싶어 고집을 부렸습니다.”
솔로 앨범을 처음 발매하는데도 예은은 당찼다. 전곡 작사ㆍ작곡에 참여한 그는 앨범 수록곡을 소개하며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대중성이 약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어차피 모든 대중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솔로 여가수의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린 까닭인지 그는 첫 솔로 앨범 ‘미?(Me?’)에서 원더걸스의 색깔을 모두 지웠다. 대중에게 익숙한 예은이라는 이름 대신 핫펠트(HA:TFELT)라는 예명으로 앨범을 발매했고 타이틀곡은 원더걸스 특유의 복고풍 댄스음악이 아닌 팝 록 ‘에인트 노바디(Ain’t Nobody)’로 정했다. 30일 서울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첫 솔로 미니 앨범을 발매한 그를 만났다.
예은은 “이번 앨범의 성패는 전적으로 내게 달렸다”고 운을 뗐다. 앨범의 전체 콘셉트 설정과 프로듀싱, 수록곡 7곡 각각의 색깔, 무대 퍼포먼스,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모든 면에서 그의 아이디어와 손을 거쳤다. 타이틀곡 ‘에인트 노바디’는 애인이 있음에도 끊임 없이 새로운 여자를 갈망하는 남자의 심리를 다룬 곡으로, 주변 친구들의 실제 이야기를 가사에 담았다. 그만큼 앨범 수록곡 중 예은의 주제의식이 가장 많이 들어간 곡이기도 하다.
그는 “박진영 피디는 ‘본드’를 타이틀곡으로 하자 했지만 나는 ‘에인트 노바디’를 고집했다”며 “그때부터 박진영 피디와 전쟁이 시작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본드’는 영화 ‘007’ 시리즈를 모티프 삼은 곡으로, 수록곡 중 유일하게 섹시 이미지를 가미한 노래다. 그만큼 콘셉트가 명확하다.
하지만 예은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솔로 데뷔 음악부터 섹시 콘셉트를 내세운다면 대중의 관심이 무대 위 퍼포먼스에 쏠릴 것”이라며 “그보다는 내가 쓴 곡의 가사를 깊게 들여다봐주길 바라는 마음에 ‘에인트 노바디’를 타이틀곡으로 고집했다”고 밝혔다.
타이틀곡을 어렵게 정한 후에도 박진영과의 전쟁은 계속됐다. 예은은 ‘에인트 노바디’의 무대 퍼포먼스로 현대무용을 염두에 뒀다. 그러나 박진영은 “노래의 감동이 무너진다”며 반대했다. 그래도 몰래 현대무용을 연습한 예은은 안무를 완성해 박진영에게 보였다. 그는 “박진영 피디에게 ‘싫으면 과감하게 노(no)해도 된다’며 안무를 보였는데 의외로 곡의 느낌이 잘 산다고 인정해줬다”며 “돌아보니 계속 제 고집만 피운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예은의 ‘악바리 근성’은 앨범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번 앨범에 피처링을 해준 랩퍼 빈지노 역시 예은이 섭외했다. 그는 “빈지노와 일면식도 없었다”며 “전화번호를 수소문해 앨범 피처링을 도와달라고 청했다”고 말했다. 현대무용은 선이 예뻐야 한다는 생각에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 6㎏ 가량 살을 뺐다. 그가 이번 앨범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소 독특한 예명도 스스로 결정했다. 그는 “‘진심 어린’이라는 의미의 영단어 ‘하트펠트(Heartfelt)’에 ‘핫(Hotㆍ뜨거운)’이라는 의미를 담아 진심이 담긴 음악, 마음이 느끼는 음악을 핫하고 새롭게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밝혔다.
앨범 전체적으로 원더걸스의 이미지를 지우려 노력했지만 동료들의 응원은 여전히 큰 힘이다. 혜림은 피처링으로 참여했고 유빈은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예은의 홀로서기에 힘을 실었다. 혜림, 유빈, 선미와 함께 숙소 생활을 할 정도로 우애가 돈독한 원더걸스인만큼 예은에게 동료들의 측면 지원은 의미가 각별했다.
자연스레 원더걸스의 지난 활동과 향후 계획에 대한 문답이 오갔다. 원더걸스는 한국에서 최전성기를 맞은 시점에 미국으로 건너가 별 성과를 내지 못했고 그 여파로 현재 활동이 뜸해진 상태다. 그는 “원더걸스가 미국서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때의 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기 때문에 당시의 시간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지금도 멤버들과 활동 재개에 대한 말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솔로 가수로서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예은은 이번 앨범이 대중성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며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기 힘든 만큼 성과에 연연하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선보인 것에 더 큰 의의를 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2집 솔로 앨범 구상으로 벌써부터 머릿속이 꽉 차 있다”며 “이번 앨범 결과에 따라 2집 발매 시기가 빨라질 수도, 늦춰질 수도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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