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 방통위원장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
최양희 미래부 장관 "최위원장의 희망사항일 뿐"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 9월 마무리 계획 차질 빚을 수도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국가재난안전통신망용 주파수 배분을 놓고 상반된 의견을 피력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급히 확보해야 할 과제로 떠오른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 사용할 700메가헤르츠(㎒) 주파수 대역 분배를 놓고서다. 이제 막 수장이 바뀐 미래부와 방통위 간의 ‘기싸움’으로 비쳐지는 양상이다. 두 수장은 경기고, 서울대 동문으로 최 장관이 4년 선배다.
불씨는 최 위원장이 먼저 지폈다. 최 위원장은 지난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00㎒ 주파수 대역 분배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통신부문 할당은 2년 전 방통위 때 결정된 것으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으니 모든 걸 열어 놓고 다시 협의하자는 얘기였다. 이는 사실상 지난 2012년1월 방통위 의결을 뒤집는 발언이다. 당시 방통위에서 700㎒ 주파수 대역 가운데 40㎒ 폭을 이동통신용으로 우선 배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700㎒ 주파수 대역을 울트라고화질(UHD) 방송에 먼저 할당해야 된다는 방송업계 입장을 옹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 동안 방송업계는 울트라고화질(UHD) 방송의 직접 송출을 위해선 700㎒ 주파수 대역 할당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논란이 되고 있는 700㎒ 주파수 대역은 2012년12월31일 지상파 아날로그 TV 방송이 종료되면서 사용 가능해진 대역이다. 이 저주파수 대역은 고주파에 비해 도달거리가 길기 때문에 기지국이나 안테나 수가 적어도 전파 전달이 용이하다. 700㎒ 주파수 대역을 ‘황금주파수’로 부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방송업계와 이동통신업체들 간에 700㎒ 주파수 대역 확보 경쟁이 치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장관의 생각은 최 위원장과 달랐다. 최 장관은 29일 최 위원장의 이런 발언에 대한 견해를 묻는 본보 기자 질문에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 위원장의 희망사항 아니겠냐”는 반문을 통해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최 장관은 “나도 30년쯤 젊었으면 하는 게 희망사항”이라며 최 위원장 생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단 뜻을 에둘러 내비쳤다.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볼 때 재배정에 들어갈 경우, 빚어질 업계간 혼란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통신업체들은 롱텀에볼루션(LTE) 대중화와 더불어 늘어나게 될 트래픽(접속량) 폭증에 따른 주파수 부족 때문에 700㎒ 주파수 대역 확보가 절실하단 입장이다.
미래부 내부 분위기도 강경하다. 미래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700㎒ 주파수 대역 가운데 이동통신용으로 우선 배정된 40㎒폭에 대해 어떤 재검토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파수 정책을 담당하는 미래부 입장에서는 방통위원장의 발언이 불편하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최 장관과 최 위원장은 29일 첫 상견례를 겸한 오찬 회동을 가졌지만, 700㎒ 주파수 대역 분배 문제와 관련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최 장관과 최 위원장은 국민 권익을 위해 주요 정책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자는 의지를 다지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주파수 정책과 운영과 관련 있는 두 관련부처 수장이 서로 주무 영역인 방송과 이동통신에 ‘황금 주파수’를 나눠주려는 기싸움을 벌이면서 늦어도 9월까지 재난안전통신망 구축과 관련된 주파수 배정을 마무리하려고 했던 정부 계획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미래부가 29일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개최한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공개토론회’에서는 재난통신망의 주파수 대역으로는 역시 700㎒ 주파수 대역이 가장 적합하단 의견이 나왔다. 이상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선임연구원은 “700㎒ 주파수 대역은 지하구간이나 건물 내 등 음영 지역에서 통화권 확보가 가능하고 해상 안전 서비스와 고속열차 제어 등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유리하다”며 “다른 주파수 대역에 비해 망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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