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해경 123경비정 정장인 김경일 경위는 해경의 초기 구조활동에 비난이 쏟아지자 4월 28일 기자회견을 했다. 김 경위는 “사고해역 도착과 동시에 ‘승객 여러분 전원 바다에 뛰어내리십시오’라는 방송을 5분 동안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에게 줄을 연결해 선체 진입을 시도하라고 지시했다. 조타실에서 구조활동을 했다”고도 했다. 김 경위는 기자회견장에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도끼와 망치까지 들고 나타났다. 기자들의 요청에 직접 퇴선 명령 방송을 재연하기도 했다.
이런 기자회견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김 경위를 포함해 123경비정의 경찰관 누구도 탈출 안내 방송을 하지 않았다. 선체 진입을 시도하거나 선체 진입을 지시한 일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김 경위는 참사 당일인 4월 16일 작성된 항해일지를 찢어내고 가짜 일지를 만들어 바꿔 넣었다.
세월호 선원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해경이 무능했다고 증언했다. 학생들은 “손 닿을 거리에 해경이 있었지만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침몰 중이니 대피하라는 방송만 했어도 전부 살아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숱한 증언과 동영상으로 해경의 부실대응이 드러나 있는데 책임을 회피하려고 거짓말을 하고 서류조작까지 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지 않을 수 없다. 자신들의 미숙한 초기 대응으로 수많은 어린 생명을 구하지 못한 데 대한 자책은커녕 구조부실이 들통날까 두려워 은폐와 조작을 했다니 인면수심이 따로 없다.
123경비정의 서류조작은 김 경위의 개인적인 범죄라기보다는 윗선의 지시나 묵인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경위의 업무수첩에는 ‘검찰 수사에 대비하자’는 내용도 적혀있었다고 한다. 당시 기자회견도 위조된 함정일지에 꿰 맞춰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다. 검찰은 해경의 총체적인 구조 부실의 실상과 서류 조작의 배후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이렇듯 해경의 책임과 은폐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새누리당에서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규정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교통사고라는 주장은 피해자와 가해자간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세월호 교통사고론’은 국가의 무능을 덮으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 법정에 선 한 학생은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 난 게 아니라 사고 후 대처가 잘못돼 죽은 건데 단순 교통사고로 표현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정치권, 특히 새누리당은 세월호가 국가기관의 무능과 부패가 빚은 참사라는 인식을 전제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청문회 증인 협상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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