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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탈법

입력
2014.07.3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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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는 실제 지배 권력을 숨기기 좋은 말이다. 기득권의 요구가 관철돼야 할 때는 법과 인권의 보루여야 할 법원이 외려 전위에 서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내 조형물에 비친 법원 청사의 모습. 굴곡진 표면 탓에 일그러져 보인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법치는 실제 지배 권력을 숨기기 좋은 말이다. 기득권의 요구가 관철돼야 할 때는 법과 인권의 보루여야 할 법원이 외려 전위에 서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내 조형물에 비친 법원 청사의 모습. 굴곡진 표면 탓에 일그러져 보인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죄가 있을 법한 사람도 공권력이 멋대로 잡아 가둬선 안 된다. 법과 인권은 법원의 보루다. 하지만 신기루로 사라지기 일쑤다. 권력이 요구할 때다. 탈법에도 전문성이 필요한 법이다.

“1950년대 초반 미국 사회를 휩쓴 매카시즘 광풍에선 미국 사법부도 자유롭지 않았다. 각급 법원은 물론 연방대법원까지 광신적 반공주의에 휩쓸렸다. (…) 한국 법원도 지금 광풍에 휩쓸려 있다. 법원이 권력의 눈치를 본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두어 달은 유독 심했다. 법원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거의 다 내줬다. (…) 친족에겐 범인도피 혐의가 적용될 수 없는 탓에 대부분 횡령·배임 따위 소소한 ‘별건’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누가 봐도 도피중인 유씨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검찰도 공공연히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도 법원은 예외 없이 영장을 발부했다. (…) 이런 일이 왕조시대 연좌제와 비슷한 ‘퇴행’이라는 것도 한심스럽지만, 인신 구속을 사실상 수사 도구로 사용하도록 법원이 허용했다는 점은 개탄스럽다. (…) 가족을 구속해 유씨를 압박하려 한 검찰의 행동은, 고리사채업자가 빚을 받겠다고 채무자의 가족을 괴롭히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엄연히 불법인 그런 일에 법원이 가담한 것이다. 그렇게 영장을 내주면서 기록인들 제대로 검토했을까. 유씨를 잡으라고 공개적으로 거듭 닦달하는 권력의 서슬과 여론의 압박에 눈 딱 감고 도장을 찍었을 것이다.”

-졸렬한 검찰보다 비겁한 법원(한겨레 ‘아침 햇발’ㆍ여현호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법피아는 모든 정부 마피아에 선행하는 동시에 그 폐해 또한 이들을 능가한다. 그것의 먼 뿌리는 일제의 식민지 사법 체제에 있지만, 그 원형은 박정희 정부가 판사와 검사를 철저한 관료체제 속에서 양성하고 또 관리했음에 있다. 이때부터 법률가들은 ‘법조인’이라는 이름으로 정치권력에 의해 통제되며 필요할 때마다 정치의 수단으로, 혹은 행정의 한 축으로 동원되거나 회유되기도 했다. 법조인들이 권력과 ‘한솥밥 식구’가 되어 강력한 특권을 행사해왔던 것이다. (…) 그래서 법피아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법의 지배라는 헌법 명령을 권력이나 돈으로 오염된 법에 의한 지배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법치는 국민 다수의 의사가 법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권력을 통제할 것을 요구하지만, 법피아들은 이를 정반대로 왜곡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권력 의지를 법의 형식으로 포장하고 이를 통해 국민 다수를 압박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면서도 법피아들은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법의 이름으로 은폐하고 엄폐한다. 지배하는 주체를 익명 처리함으로써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지배자 없는 지배’를 만드는 것이다.”

-법조 마피아의 종말(6월 4일자 중앙일보 ‘시론’ㆍ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전문 보기

세력 유지ㆍ확대가 목적일 때 정치엔 공학만 남는다. 이념 없는 권력이 무슨 소용인가. 야당한테선 집권욕도 안 보인다. 여당 곁불 쬐기 좋은 자리나 다투는 게 새 정치인 모양이다.

“기동민 파동은 새정치연합의 민낯이다. 공천을 좌우한 건 명분과 원칙이 아니었다. 내건 기준이나 절차도 없었다. 아전인수식으로 쉬운 승리를 점치며 선거 후 지도부의 위상을 다지려 한 흔적만 여실했다. ‘라이벌’ 천정배 전 법무장관에게 지레 겁먹어 게도 놓치고, 구럭도 잃었다. 광주 광산을에 나선 기동민을 서울 동작을로 차출한 것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재판이 채 끝나지 않은 권은희를 동원한 것도 천정배 방어용이었다. (…) 지금은 수도권 전패 가능성을 우려하는 처지로 몰렸다. (…) 그 책임은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의 몫이다. 따지자면 안철수 책임이 더 크다. (…) 광주시장 선거에 매달리는 바람에 수도권에 전력을 다하지 못한 교훈을 새겼더라면 이번 공천 파동은 있을 수 없다. 그건 계파 다툼의 다른 이름이고, 기득권 지키기이지 새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 안철수는 당 대표로 두 번이나 선거를 치르도록 그가 공언해온 새정치가 싹을 틔울 여지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 좀체 ‘야성(野性)’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 야당은 6ㆍ4 지방선거에서 세월호 피해의 중심인 경기도를 내주고도 여태껏 특별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투쟁에 필요한 야성이 없고, 왜 특별법인가라는 신념이 부족하며, 힘없는 이들의 벗이 되지 못한 데 대한 부끄러움이 없어서다. (…) 많은 야당 지지자들은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을 탓하지 않는다. 그들이 손가락질하는 곳은 오히려 야당 새정치연합이다. (…) 야당 지도부가 자신들의 입지 강화를 위해 여당과 적대적 공존을 모색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야성(野性)’ 없는 야당(경향신문 기명 칼럼ㆍ김봉선 출판국장) ☞ 전문 보기

“언뜻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전략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 정의당은 노회찬 후보에게 기회를 줄 수 있어 만족스러웠고, 새정치연합은 접전이 예상되는 수원의 두 지역구에서 정의당으로부터 양보를 받아 냈다. 그러나 정치의 세계에서 눈앞의 선거 승리가 중요하고 그 때문에 정당 간 연대를 이루는 일이 필요하다고 해도 이번 단일화는 ‘꼼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 같다. (…) 일각에서는 이번 야권의 후보 단일화 시도를 수도권에서 새정치연합이 전패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 세월호 사태 처리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유병언 검거 실패에서 보여준 현 정부의 총체적 무능과, 잇단 인사 실패 등에서 보여준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폐쇄적 리더십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분노가 가득 차 있는 이때에, 명색이 대안 세력이라는 새정치연합이 재ㆍ보궐선거에서 손쉬운 승리는커녕 전패를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면 무언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 지금의 새정치연합의 모습이라면 현실에 안주하는 그저 또 다른 ‘보수적인’ 기득권 정당의 하나일 뿐이다. 당장은 투박하고 우직해 보여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정치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것은 결국 명분과 원칙, 그리고 그것을 지키고 실현하려는 진정성이다. (…) 그러나 지금은 진정성은 찾아볼 수 없고 대신 오만과 잔꾀만이 보일 뿐이다. 우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박근혜 정부나 새누리당이 싫다면 우리밖에 선택할 곳이 없지 않느냐는 오만이 야권 단일화에 깔린 의도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나(7월 28일자 중앙일보 ‘중앙시평’ㆍ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 ☞ 전문 보기

사건 진상을 밝히는 데 피해자 참여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분명 진실의 크기는 커질 거다. 책임 범위도 넓어질 게 뻔하다. 해경처럼 국가도 해체해야 할지 모른다. 두려운 자 누군가.

“누가 과연 온갖 의혹으로 점철돼 있는 미증유의 세월호 대참사를 단순한 해상교통사고로 규정해 버리고 싶을 것인가? 누가 세월호 대참사 정국을 사인을 비롯해 생사여부 자체가 의문에 휩싸인 유병언 개인의 비리문제로 끝내고 싶겠는가? 그들은 바로 진상조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과정이 복원된다면 정치적·법적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둘러싼 이치는 이렇게 자명한 것이다. 세상사에 어두운 이들을 미혹케 할 이런저런 법률용어를 끌어들여 여론전을 펴는 것은 특별법의 당위성을 흐리려는 기만적 언술일 뿐이다. 유족들의 요구는 명료하다. 과거 특검제의 전철을 피할 수 있는 진상규명기구를 가동시키자는 것이다. 과거의 특검제는 몇 가지 허점으로 권력의 벽을 넘지 못했다. (…) 유족들은 이런 특검 실패원인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국가기구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 및 기소권 부여, 위원장과 상임위원 3인을 포함한 총 16인의 위원(모두 대통령이 임명) 중 위원장, 상임위원 1인 및 위원 6인의 유족추천권 인정, 진상조사위원회의 기본활동기간 2년 부여, 위원회의 진상규명활동을 행정적으로 원활하게 뒷받침하는 데 긴요한 위원장의 위원회 사무처장 임명권, 사무처의 조사관 3분의 1 이상을 공채로 채용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구성될 진상규명기구는 여러 차례 실시됐던 특검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막강한 권력이 곳곳에 펼쳐놓은 장애물을 돌파하기 위한 세심한 장치를 두고 있다는 것뿐이다. (…)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유족에게 한 특별법 제정 약속을 지켜야 한다. 새누리당이 실효성 있는 진상규명기구 구성에 반대한다면 결국 박근혜 정권에게 세월호 대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넘는 ‘중대한 법적 책임’이 있음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유족 요구대로 세월호특별법 통과돼야(한국일보 ‘아침을 열며’ㆍ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전문 보기

“정치는 타협의 기술이라고 하지만, 부실한 절충은 안 될 일이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아이들이 물에 잠겨가던 그 시간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절박한 진실규명 의지가 없는 특검이나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진상조사 기구만으로는 세월호의 진실을 밝힐 수 없다. (…) 사고 현장의 공무원들에서부터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과 이에 대처하고 진상을 규명하여야 할 권력자와 공적기관에 대한 ‘불신’이 특별법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 여야는 의사자 지정, 대학 특례입학 등의 문제를 자기들끼리 합의하며 변죽을 울리고는, 특검과 진상조사위를 별도로 구성하여 수사와 기소는 특검이 담당하고, 조사권만 진상조사위원회에 부여하는 큰 그림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특검과 진상조사위원회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고, 그 결과 진실규명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 진실규명의 전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그 기구를 구성하는 것은 진실규명 자체를 위해서도 필요하고, 그 과정의 민주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절충은 안 된다(한겨레 ‘세상 읽기’ㆍ정정훈 변호사)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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