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 번복 가능해 언쟁 불필요 격한 설전 보는 재미 추억으로
SK-넥센전이 열린 26일 인천 문학구장. 1-2로 뒤진 넥센의 6회초 공격 1사 1ㆍ2루에서 윤석민이 친 땅볼 타구를 잡은 SK 2루수 나주환이 병살 플레이를 위해 유격수 김성현에게 송구했다. 김성현이 2루 베이스를 밟고 1루에 송구 하려던 순간 공이 글러브에서 빠져 나오는 바람에 타자 주자는 살려줬다. 그러자 염경엽 넥센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가 2루심에게“베이스를 밟을 때 공을 놓쳤기 때문에 2루도 세이프가 아니냐”고 어필했다. 그러나 판정은 뒤바뀌지 않았고, 염 감독도 짧은 어필을 끝낸 뒤 수긍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과거 흔한 감독과 심판 사이의 판정 실랑이는 이제 그라운드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됐다. 프로야구가 후반기부터 심판 합의판정을 도입해 소모적인 언쟁을 벌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광주 KIA전에서 스나이더의 2루 도루 아웃을 두고 합의 판정을 요청했으나 판정 번복에 실패한 양상문 LG 감독은 “이제 어필 자체가 사라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심판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자 22일 시작된 후반기부터 홈런에 대한 판정, 외야타구의 페어와 파울, 포스 또는 태그플레이에서의 아웃과 세이프, 야수(파울팁 포함)의 포구, 몸에 맞는 공 등 5가지에 대해 심판 합의 판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24일 대전 한화-NC전에서 4회 NC 나성범의 홈런성 타구가 합의 판정 끝에 파울로 번복되며 첫 심판 합의 판정 사례로 기록됐다. 이어 25일 포항 삼성-NC전에서 1회 삼성 나바로의 견제 태그아웃과 6회 NC 김종호의 2루수 땅볼이 각각 합의판정 끝에 세이프와 내야안타로 바뀌었다. 이어 27일 인천 SK-넥센전에서도 염 감독은 유한준의 투수 앞 땅볼을 내야안타로 번복시켰다. 합의판정 제도가 없었다면 판정에 불만을 품은 감독과 장시간 언쟁을 벌였을 장면들이다. 설령 심판이 실수를 인정했다 하더라도 판정은 번복될 수 없었다. 감독들은 “심판이 미안하다는데 어쩌겠는가”라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곤 했다.
일각에서는 “도를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감독과 심판의 설전은 또 다른 볼 거리였는데 이제는 그라운드에서 다시 볼 수 없는 장면이 됐다”고 말할 만큼 어필은 거의 사라지는 추세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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