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의 ‘프란치스코’ 연주…현지 연주 일정도 조정
8월 한국을 찾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68)씨가 피아노 연주를 한다. 백씨가 연주할 곡은 프란츠 리스트의 ‘새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다.
29일 천주교교황방한준비위원회(방준위)에 따르면 백씨는 교황 방한 셋째 날인 8월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미사(한국인 순교자 124인을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로 추대하는 예식)’에서 피아노를 연주한다. 미사 첫머리 신자들의 묵주기도에 앞서서다.
백씨가 선택한 곡은 천재 피아니스트 리스트의 ‘두 개의 전설’ 중 첫번째 곡인 ‘새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로 길이가 8분 정도다. 리스트는 50대에 로마 가톨릭에서 사제품을 받아 성직자로 살았다. 이 곡은 리스트가 프란치스코 성인에 얽힌 일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형제들과 산책하던 프란치스코 성인이 나무 위의 새들에게 “너희는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 하늘을 나는 자유와 풍족한 음식, 몇 겹의 옷까지 받았으니 그분의 거룩하심과 영광을 세상에 전파하라"라며 강복했고 새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날아갔다는 일화가 있다. 교황은 즉위명을 이 성인 프란치스코에서 따왔다.
백씨는 방준위를 통해 “교황께서 한국을 찾아 시복식 미사를 집전하는 건 굉장히 의미있고 감동적인 일”이라며 “교황은 물론 시복이 되는 순교자들에게도 헌정하는 마음으로 연주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백씨의 피아노 연주는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올해 1월 염 추기경이 백씨를 만났을 때 “혹시 교황께서 방한하면 연주를 해달라”고 요청하자 백씨가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방준위 대변인인 허영엽 신부는 “당시는 교황의 방한이 확정되지 않은 때라 지나가듯 주고 받은 말”이라며 “4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성식 중계 실황을 보던 백씨가 당시 염 추기경과 약속했던 일을 떠올리며 연주를 하겠다고 알려와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백씨는 시복식 연주를 위해 유럽에서 예정돼있던 연주 일정도 조정했다. 백씨와 윤정희씨 부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세례명은 요셉마리와 아그네스다.
백씨는 세월호 침몰 참사 100일째인 24일에는 제주항 제7부두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백건우의 영혼을 위한 소나타’ 독주회를 열기도 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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