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9개월 째 대서양에 떠 있으니 마음이 안 좋죠. 하지만 불법조업이 명백한 데다, 각국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요즘 해양수산부는 국내 한 원양업체 소속 어선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6~10월 대서양 서남부 공해에서 인성실업 소속 인성7호가 조업 도중 남미 아르헨티나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 허가 없이 조업을 한 것인데요. 당시 해수부는 원칙대로 ‘어획증명서’ 발급을 불허했고 이에 인성7호가 항의하며 바다에 머물고 있습니다. 어획증명서가 없는 선박은 잡은 어획물을 수출할 수 없고, 주변국 입항 시엔 모두 반납해야 합니다.
해수부가 곤혹스러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성7호를 감쌌다가는 자칫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로부터 불법조업(IUU)국으로 지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IUU국으로 지정되면 해당국으로의 수산물 수출이 전면 금지되는데, EU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를 예비 IUU국으로 지정한 뒤 지난달 실사를 다녀간 바 있습니다. 더구나 현재 인성7호의 식량과 식수, 연료가 떨어진 상황이어서 자칫 선원들의 건강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또 다른 걱정이 해수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인성실업이 당국의 조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백 톤이 넘는 어획물을 그대로 내 줄 경우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또 자신들은 해당 지역에서 지난 수십 년 간 조업을 했지만 주변국이 문제삼지 않았던 점을 IUU가 아니라는 근거로 내세웁니다. 하지만 지난해 해수부가 위성선박위치추적장비(VMS)를 통해 인성7호의 조업기간 항적을 조사한 결과 아르헨티나 EEZ를 11회 침범했고, 이 기간 어선에 탄 옵저버(감독관)의 기록에도 조업 사실이 기재돼 있는 등 객관적인 근거는 충분한 상황입니다. 또 해당국이 문제삼지 않았다고 IUU가 아니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판단입니다.
그럼에도 해수부는 올 2월 아르헨티나 정부에 인성7호의 항적기록을 보내 EEZ침범이 맞는지 확인 요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당국은 ‘한국 정부가 판단하라’는 애매한 답을 했고 이에 지난 5월 해수부는 재차 공문을 보냈습니다. 해당국의 최종 확인을 받아 일말의 잡음을 없게 하려는 해수부의 복잡한 속내가 묻어나는 대목이죠. 더불어 인성실업과 문제해결을 위한 논의도 진행 중입니다. 어족자원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 흐름은 물론 망망대해에 머무는 원양어선 선원들의 건강까지 염려해야 하는 해수부. 과연 이번 문제가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