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서 오늘 개막
김홍도ㆍ문징명 작품 등 109점
어지러운 세상을 잠시 잊어도 좋을 만큼 근사한 산수화들을 실컷 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가 29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다.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라는 제목 아래 한중일 삼국의 산수화 명품 109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18세기 조선 화단을 대표하는 궁중화가 이인문과 김홍도의 대작을 비롯해 명나라 서화의 대가 동기창과 문징명, 일본의 마지막 문인으로 불리는 도미오카 뎃사이(1836~1924)의 그림 등 삼국의 걸작들을 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삼성미술관 리움, 중국 상하이박물관, 일본 교토국립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 국내외 주요 박물관 소장품을 선보인다. 명품이 즐비한 데다 대작이 많아 찬찬히 한참 봐야 할 전시다.
초점은 산수화로 보는 이상향이다. 한중일 전통에서 산수화는 풍경화 그 이상이다. 자연 속에 여유롭게 살고 싶은 꿈이 거기 담겨 있다. 천하절경이라는 중국 후난성 동정호 일대의 소상팔경, 성리학의 조종 주자가 노닐던 중국 무이산의 무이구곡,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등장하는 무릉도원 등이 그런 이상향으로 꼽혀 시와 그림에 숱하게 등장했다.
이인문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는 길이가 무려 8m56㎝에 달하는 대형 두루마리 그림이다. 배가 정박한 포구로 시작해 산과 산이 어깨를 잇대어 가며 평화로운 마을을 품고 파노라마처럼 이어져 태평성대의 꿈을 이야기한다. 장쾌한 화폭에 박진감이 넘치고 필치는 힘차고 단단해 감탄스럽다. 전부 펼쳐서 전시한다.
이인문과 동시대 인물인 김홍도의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는 문인들이 꿈꾼 전원생활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자연 속 유유자적하는 삶을 삼공의 높은 벼슬과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그림이다. 삼공불환도는 중국 그림에도 자주 등장하는 도상인데 김홍도는 인물과 장면을 조선 풍으로 그렸다.
전체 전시 작품 중 42점은 국내에 처음 전시되는 중국과 일본의 명작들이다. 시인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그린 ‘귀거래도’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중국 회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품이다.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에서 온 도미오카 뎃사이의 대형 병풍 ‘무릉도원도’는 활달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전원생활을 그린 이런 산수화와 달리 작가 미상의 18세기 조선 그림 ‘태평성시도’는 도시적 삶의 이상을 그렸다. 화면에는 2,100명 정도의 사람이 등장하는데 결혼과 장원 급제 행렬, 각종 상점과 장사꾼, 온갖 구경거리와 놀이 등 엄청나게 다양한 장면과 사건이 빼곡해 흥성한 도시의 활기찬 일상을 묘사하고 있다.
조선과 동시대 중국ㆍ일본의 그림 위주로 전시를 구성하면서 도입부에는 백제의 산수문전과 산수가 들어간 고려 불화를 배치했다. 관람 동선의 끝에 가면 1920년대 활동한 화가 백남순이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세잔 풍의 산수화 병풍을 볼 수 있다. 전시는 9월 28일까지 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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