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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의 원근법] 재보선 이후의 정치

입력
2014.07.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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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ㆍ30 재보선이 하루 남았다. 15명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지만, 의미는 자못 크다. 정국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승리할 경우 정부와 여당은 국정 운영의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되고, 야권이 승리하면 정국 운영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6ㆍ4 지방선거처럼 무승부에 가까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7ㆍ30 재보선은 6ㆍ4 지방선거와 함께 묶인 정치적 패키지다. 패키지의 기본 구도는 ‘국정운영 안정론’ 대 ‘박근혜정부 심판론’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대처 방식에 크게 실망했지만, 그렇다고 선뜻 지지를 표명하기엔 야권 또한 미덥지 못하다는 게 유권자 다수의 판단이다. 그 결과 6ㆍ4 지방선거에서 여당과 야권 모두 승리를 자임하기엔 시쳇말로 뻘쭘한 성적표를 받았다. 어느 한쪽도 헤게모니를 얻지 못했으니 재보선 결과가 더욱 중요해졌다.

주목할 것은 6ㆍ4 지방선거 이후의 흐름이다. 이 흐름에 정부·여당과 야권 모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먼저 정부는 지난달 문창극 총리후보 논란을 제공해 국민으로부터 멀어졌다. 야권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자 새정치연합이 ‘전략 없는 전략공천’을 감행해 국민으로부터 멀어졌다. 새누리당이 재보선을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와중에 유병언씨 시신이 발견돼 경찰과 검찰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선거를 바로 눈앞에 두고서야 여당과 야권은 전가의 보도처럼 각각 경기활성화와 야권연대를 빼들었다.

일련의 흐름은 정치권이 마치 누가 국민을 더 실망시키느냐의 경쟁을 하는 것 같았다. 국민으로부터 일종의 ‘멀어지기 경쟁’이 진행돼 온 셈이다.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고 국민 마음을 헤아려 지지를 확장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 실책과 무능력에 따른 반사이익을 챙겨 지지율을 유지하는 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유병언씨 시신 발견과 야권연대 성사로 재보선 판도가 요동치는 만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6ㆍ4 지방선거 구도와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후보 개인의 정치적 역량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결과가 어느 한쪽의 압도적 승리로 끝나지 않을 경우 지방선거로 확인된 팽팽한 세력균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세력균형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세력 불균형이 외려 국민을 소외시키는 오만한 권력 행사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균형의 성격이다. 정치적 세력균형은 ‘파국적 균형’과 ‘발전적 균형’으로 나눠진다. 파국적 균형이 어느 누구도 헤게모니를 장악하지 못한 채 극한 대결을 반복하는 것이라면, 발전적 균형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치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우리 정치에서 발전적 균형보다 파국적 균형이 더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파국적 균형은 정치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증대시켜 왔다. 여기엔 두 가지 원인이 중요하다. 정치사회 내부의 취약한 조정 역량이 하나라면, 시민사회 안에 존재하는 보수와 진보의 구조화된 대립이 다른 하나다. 정치사회의 허약한 조정 능력과 시민사회의 대립 구도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여기에 멀어지기 경쟁이 더해지면서 ‘정치의 위기’가 강화돼 왔다.

7ㆍ30 재보선이 끝나면 2016년 4월 총선까지 당분간 큰 선거가 없다. 여당이든 야권이든 2017년 대선으로 가는 세력 재편이 진행될 것이다. 물밑 경쟁이 서서히 치열해질 재보선 이후의 정치사회에 대한 나의 바람은 하나다. 그것은 ‘정치의 복원’이다. 정치의 일차적 역할은 대립하고 갈등하는 세력을 대표해 정책 경쟁을 강화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어느 나라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 왔고, 정치가 중심을 이뤄 왔다. 문제는 우리 사회다. 복지국가론에서 최근 소득주도 성장론에 이르기까지 담론은 무성하지만, 정작 현실은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중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단서는 역시 정치의 복원에 있다. 재보선 이후의 우리 정치가 파국적 균형을 넘어서 비전과 정책을 두고 경쟁하는 생산적 균형으로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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