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건달을 구세주 예수로 설정한 미국의 코미디 드라마가 8월 7일 첫 방영을 앞두고 논란을 낳고 있다. 문제의 드라마는 터너방송(TBS) 계열사인 어덜트스윔이 기획한 ‘흑인 예수(Black Jesus)’.
이 드라마는 예수처럼 차려입은 흑인 남성이 술과 마약에 찌든 채 무위도식하는 남성들을 사도로 삼고 그만의 복음을 전파하면서 벌어지는 흑인 빈민가의 일상을 담는다. 코미디언인 제럴드 존슨이 예수역을, 미국을 대표하는 흑인 만화 작가 애런 맥그루더(40)가 연출을 맡았다.
검은 피부의 예수는 겉으로만 보면 영락없는 동네 건달. 욕을 입에 달고 살고, 인생을 포기한 사도들과 거리낌 없이 술과 대마초를 나눈다. 예고편에는 갱단의 총질을 피해 도망가고 덩치 큰 흑인 아줌마에게 안면을 강타당하는 힘없는 빈자의 모습도 담겼다. 낮은 곳에서 사랑을 전파하고 기적을 일으키는 점은 예수와 닮았다.
문제는 기적을 베푸는 이유와 의도가 특이하다는 점이다. 차에 치여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훌훌 털고 일어서고 차디찬 땅바닥에서 잠을 청하지만 얼어 죽는 일은 없다. 이런 그에게 마을의 흑인 아줌마는 “쟤는 안 죽어. 예수니까”라고 말한다. 알코올중독의 제자들이 목마름을 호소하면 허공에서 포도주병을 꺼내 건네기도 한다.
방송사 측은 안방극장에 색다른 웃음을 선사하는 풍자 드라마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교계는 예수를 모독하고 기독 신앙을 비하하려는 의도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수 기독교 단체인 ‘백만엄마들’은 성명을 내고 “하나님을 조롱하고 예수를 동네 건달로 묘사하는 것도 모자라 주의 입술로 욕을 하는 것은 역겨운 짓”이라고 비난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에는 방영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 창이 개설돼 지지 서명이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지지자들은 “싫으면 안 보면 될 일”이라며 방영 취소 요구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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