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결과 25~26일 실시된 전국 15개 지역의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 사전 투표율이 평균 7.98%에 이르렀다. 지난번 6ㆍ4 지방선거(11.49%)보다는 낮지만 3차례 치러진 재ㆍ보선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처음 도입된 지난해 4ㆍ24 재ㆍ보선은 4.78%(국회의원 6.93%), 같은 해 10ㆍ30 재ㆍ보선은 5.45%였다. 사전투표제는 그 편리성에 따라 점점 더 투표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사전투표율이 들쭉날쭉한 것은 여전한 문제다. 접전 지역인 전남 순천ㆍ곡성은 13.23%, 서울 동작 을은 13.22%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반면 부산 해운대ㆍ기장갑, 광주 광산을 같은 데서는 3%대, 5%대의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했다. 선거구민의 관심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 전체 투표율을 높이고 투표율 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선거를 앞두고 지속적 홍보와 더불어 유권자의 투표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사전투표제의 한 취지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재ㆍ보선은 지난번 지방선거와 달리 해당 선거지역에만 투표소가 설치됐다. 그래서 해운대에는 설치하면서 왜 광안리에는 설치하지 않았느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휴가철임을 감안하면 상황에 맞고 타당한 얘기다. 재보선 규모에 따라 전국의 도청, 시청에 사전투표소를 마련하는 등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투표율을 높이는 한 방법임을 일깨운다.
물론 투표율 제고 못지않게 관리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전투표에서는 잡음이 거의 없었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이중투표 등 여러 논란이 일었다. 심지어 대통령 선거 투표용지가 발견된 곳도 있었다. 사전투표 정착과 함께 현장 관리인력에 대한 엄격한 교육 등 사전투표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선거문화 혁신의 지름길이다.
사전투표제는 우리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주민등록제도를 기반으로 한 통합선거인 명부와 IT강국다운 탄탄한 전산망이 혁신적 제도 도입의 바탕이 됐다. 사전 투표뿐만 아니라 선거 당일에도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는 기술적 기초는 확보돼 있다. 다만 선거관리의 신뢰성에 대한 여전한 의문이 걸림돌이고, 이 문제만 해결하면 정치권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그런데 기술발전에 힘입어 선거문화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편으로 정치제도는 아직 시대 변화를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 골 깊은 지역주의나 선거를 목전에 두고 나타나는 야권의 선거연대는 소선거구제의 확연한 병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제헌절에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로 바꾸기 위한 논의를 촉구했지만 거대 정당은 다 모르는 체하고 있다. 다원적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소선거구제가 거대 정당의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이용되는 현실을 확인시킨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 선거문화의 혁신을 떠들어봐야 공염불에 그치기 십상이다. 선거구제 등 정치제도의 변화와 혁신에 공론을 모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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