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정(영통)은 ‘수월벨트’ 가운데 유일하게 야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곳이지만 이번에는 기류다 다르다. 단일화 성사로 야당후보에게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졌음에도 새누리당 ‘거물급’ 후보에 대한 지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초 영통에서는 야당의 강세가 예상됐다. 2004년 지역구 신설 이래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한데다 주민 평균 연령이 32.8세일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를 사흘 앞둔 27일 유동인구가 많은 망포역ㆍ영통역 등에서 만난 유권자들에게 새정치연합 후보의 이름을 묻자 선뜻 답하지 못했다. 인지도 면에서는 3선 중진에 이명박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가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에 비해 도리어 앞서가고 있다. 수원 영통구 매탄시장에서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강모(54)씨는 “지역 경제를 살리려면 정치 신인보다는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신 사람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고 새정치연합의 천막당사 인근에서 만난 오상훈(42)씨도 “얼마나 후보의 인지도와 당선 자신감이 없었으면 당이 총출동 했겠냐”며 “몸집이 큰 거물이 나서야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임 후보에 힘을 실었다.
물론 세월호 사태 및 유병언 부실수사와 관련해 정부의 무능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임 후보가 지난 정부의 실세라는 점에 반감을 갖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주대학교에서 만난 대학생 임모(26)씨는 임 후보를 겨냥해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책임져야 할 사람이 한마디 사과 없이 선거에 나온 것은 구민들을 무시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영통역 앞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진영화(43)씨는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세월호 100일이 넘도록 우리사회가 바뀌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잘 모르지만 경고의 의미로 야당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선거 막판에 성사된 야권 단일화는 여전히 안갯속인 이번 선거의 판도를 가를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에 대한 지지가 박 후보에게 넘어갈 경우 균형의 추가 야권으로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통구청 인근 상가에서 박 후보 지원에 나선 천 대표의 유세를 지켜보던 30대 남성은 “그 동안 야당 후보들 사이에서 누굴 뽑을지 고민됐는데 이젠 명확해졌다”며 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는 “선거 때만 정략적으로 손을 잡는 구정치의 전형”이라며 불편함을 공공연히 드러내 단일화 효과를 단정하기는 일러 보인다.
수원=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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